코끝이 빨개지는 겨울이 되면 우리 집을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따뜻하고 달콤한 마음을 바삭한 겉옷으로 감춘 채 찾아오는 귀인. 그는 원래 물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맘때가 되면 육지로 귀환해 행복을 전해주고 간다. 물고기 아니 물살이인 그의 이름은 바로 붕어다.
사람들을 위하는 박애의 정신으로 기꺼이 둥근비늘 옷을 버리고 빵으로 새롭게 환생했다. 그의 옷은 쫄깃하고 찰진 맛을 내기 위해 글루텐이 많은 강력분으로 만든 천의무봉이었으나 최근에는 바삭한 맛을 더하기 위해 쌀가루 또는 카사바 뿌리에서 채취한 녹말인 타피오카로 더욱 쫀득하게 진화했다.
붕어빵의 비조로 팥앙금을 넣은 팥붕부터 채소, 슈크림, 고구마 등 입맛대로 소를 채워 입안 가득 흥을 돋운다. 집단 지성을 반영해 개방적이고 창의적으로 변신하는 이 귀인의 매력은 끝이 없다. 붕어빵에 진심인 사람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추운 길거리를 배회하며 방황하자 누군가는 “붕세권”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인기를 강렬하게 정의했다. 군고구마, 군밤, 찐빵과 함께 겨울철 4대 천왕 중 가히 일등 간식으로 등극한 것이다.
심지어 머리부터 먹느냐, 꼬리부터 먹느냐, 가운데 지느러미부터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심리를 테스트까지 했었으니 이 모두 붕어빵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드러내는 반증이기도 했다.
자매품 잉어빵은 밀가루에 찹쌀가루와 버터, 기름을 추가해 단단하고 두툼한 붕어빵보다 촉촉하고 얇게 만들었다. 얼마나 얇은지 머리부터 꼬리까지 골고루 퍼진 팥앙금이 시스루 스타일로 검게 비쳐 보일 정도다.
뜨끈뜨끈한 붕어빵을 손에 들고 호호 불어 먹다가 문득 왜 하필 하고 많은 물살이 중 붕어인가 고찰해 봤다. 붕어는 잉어과에 속하며 민물에 사는데 우리나라 하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붕어찜, 붕어탕, 붕어조림, 붕어구이, 붕어튀김으로 천변만화하며 고단백 식품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예부터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대표적인 길상으로 민화, 다식판 등에 줄곧 등장하기도 했다. 그의 강인한 생명력은 수질등급 3 급수에서 서식한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붕어를 개량한 금붕어는 관상용으로 환골탈태하며 여전히 친숙하고 친밀한 물살이 중 하나다.
우리에게 친근한 붕어 모양으로 변신해 각종 소를 품고 겨울철 별미가 된 붕어빵. 과거에 냇가에서 천렵을 했다면 요새는 붕어빵 노점에서 붕어를 낚아온다. 오늘도 붕어빵을 찾아 길을 헤맨다. 팥붕, 슈붕 골고루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