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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루틴에서 주는 힘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by 명랑소녀

지난주 수요일에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결과로 오른쪽 가슴에 2.3cm 혹이 보여서 조직검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과 만나기로 한 날짜로 예약을 잡고 기다렸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감과 걱정들이 나를 덮쳤다.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안 좋은 생각은 계속 이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2일 정도가 지나자, 자꾸 안 좋은 생각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고 피폐해지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루틴이 주는 힘이 크지 않은가.

브런치에 글을 써서 작가의 서랍에도 넣고 몸을 움직이면 생각이 정리되니 공원에 가서 러닝과 빠른 걷기를 하거나 날씨가 추울 때면 홈트와 플랭크, 스쾃로 동작에 집중하며 땀이 나고 몸과 마음을 단련시켰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기 위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문장 필사도 하고 노트에 끄적이기도 했다.

전에는 안 좋은 일다면 감정에 사로잡히고 불안해서 신랑에게 얘기하고 친한 친구들을 만나서 하소연을 하거나 지인과 전화통화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면의 힘이 생겼고 극복하는 방법인 회복탄력성이 생겨서 내 감정이 어떤지 알아차리고 내가 해소를 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거나 이겨내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바로 독서, 글쓰기, 운동 3종 세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냈던 일들을 쫑알쫑알 얘기해 주는 순간도 나에게 행복감을 준다.




오늘 오전 9시 45분에 유방외과에 검사가 예약되어 있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진료를 보러 갔다.


간호사: 환자분 성함 얘기해 주세요.

나: 네 저는 000입니다. 오늘 진료 예약된 거 맞으신가요? 담당의사 선생님이 휴진이신데..

정말요? 그러리라 없는데요. 카톡으로 진료예약된 거 왔으니 확인해 볼게요.(10초 후...)

어머나!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다음 주 수요일 아침에 예약된 건데 오늘 병원에 왔네요.

간호사: 아 그러실 수도 있죠.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 휴진이시고 다음 주 수요일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오셔야 해요.

오늘 날씨도 추운데 어떡해요?

나: 아 네. 괜찮습니다. 차를 운전해서 왔거든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런 상황들이 나에게 참 당혹스럽고 놀라움을 자아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웃긴 해프닝이었다. 간호사가 나를 보고 진심으로 놀라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상황이 더 웃겼던 거 같다.

유방 조직검사 결과에 대해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갖고 웃으라는 의미에서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

다음번엔 병원에서 온 일정, 카톡을 확인하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하루도 일상 루틴처럼 아침에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브런치에 꾹꾹 저장해 놓았던 글을 꺼내서 추가하고 수정하고 운동하고 나의 마음을 단련시킨다.




채송화

난쟁이 꽃
땅바닥에 엎드려 피는 꽃

그래도 해님을 좋아해
해가 뜨면 방글방글 웃는 꽃

바람 불어 키가 큰 꽃들
해바라기 코스모스 넘어져도

미리 넘어져서 더는
넘어질 일 없는 꽃

땅바닥에 넘어졌느냐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거라!

사람한테도 조용히
타일러 알려주는 꽃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시집 p.36>

나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괜찮다는 말을 건네주는 시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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