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서울인들이여, 경기도민처럼 돼라
공덕, 오금, 김포에 사는 세 명이 만나려면 어느 장소가 적당할까?
대학 동기였던 우리는 늘 홍대입구역 아니면 강남역에서 만났다. 홍대에서 만나면 공덕에 사는 친구가 가까울 것이고(3분) 강남에서 만나면 오금에 사는 친구가 가까울 것이다(27분).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홍대까지는 빨간 버스로 1시간 10분, 강남까지는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내가 30분 미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김포공항, 발산, 일산 정도다. 서울시민들과 약속장소를 정할 때면 늘 이런 말이 오갔다.
“근데 홍대랑 강남 말고 갈 데가 있어?”
“거기(김포)근처에 뭐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다고 거창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여자 대학생들이 주로 하는 것이라 해봤자 번화가 구경, 쇼핑, 영화 보기, 밥 먹기, 카페 가기가 전부였는데 나는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정말 우리 집 주변은 논밭뷰였기에 아무것도 없었던 게 맞지만 그런 것쯤은 김포나 강서에도 다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한 번쯤은 와줄 법도 한데 오만한 서울시민들은 자기네 동네밖에 모른다.
언제는 대학 교재를 사려고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는데 공덕 토박이 동기가 말했다.
“언니는 교재 배송받으려면 산간지방에 체크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러는 넌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면 김포가 평야인지도 모르고 사냐고 했어야 했는데.
집에서 30분 거리도 멀다고 생각하는 나약한(?) 서울인들은 서울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경기도민은 생각한다. 약속시간이 1시간이면 갈 만하다고. 1시간 30분이면 상대방을 정말 배려한 것이다. 2시간씩 오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시야를 넓혀 바라본다면 누군가를 배려하는 법을 실천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