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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응원합니다.

by 따름
수능이 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 수능 시험이 끝난다고 우리의 할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능은 그 시작에 불과할 뿐, 절대 끝이 아닙니다. 수능을 보고 나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적어온 답을 기준으로 자신의 예상 점수와 등급을 확인하게 됩니다. EBS를 포함하여 각 인강 사이트에서 등급컷과 표준점수를 발표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 점수일 뿐 실제 등급컷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 다음 스텝을 결정해야 합니다.


먼저, 현역의 경우 수시로 대학을 지원하고 수능은 최저를 맞추기 위한 용도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각 대학의 최저는 아마 6모와 9모의 예상 등급을 기준으로 6장의 수시 카드를 골고루 배치하였을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예상 수능 등급컷을 기준으로 최저를 충족했다면 해당 학교의 면접이나 논술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수능 성적이 아주 잘 나온 경우, 수시 납치를 고려하여 면접이나 논술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해당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라인을 미리 가늠해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이때 진학사나 고속성장, 각종 인강 사이트의 정시 분석 시스템은 참고할 만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시 예측 서비스는 표본수가 많아져야 예측의 정확도가 올라가므로, 수능 직후 정확한 합불을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 해마다 응시생 구성과 시험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작년의 합격 점수만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만약 내 점수가 애매해서 합불을 예상하기 어렵다면, 무조건 면접이나 논술에는 응시하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예상 점수에는 오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수능 가채점은 ‘가’ 채점일 뿐이고, 실제 성적표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한 가지 경우의 수만 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최저 충족이 안 된 줄 알고 면접을 포기했다가, 나중에 성적표를 받고 보니 최저를 충족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애매하다면 일단 가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시가 아닌 정시만을 고려하는 학생이라면, 수능 직후에는 사실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시 예측 서비스도 아직은 표본이 적어 신뢰도가 낮으므로, 괜히 들어가 기뻤다 슬펐다 하기보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는 이제 아이들의 도시락 준비뿐 아니라 정시 컨설팅 후기 등을 꼼꼼히 살피며 어디로 예약을 하는 것이 나은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정시 컨설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진학부장님과 상의해 보거나, 진학사 등을 통해 경쟁자들의 예상 지원 전략을 점검하는 사전 조사로 시간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수능이 끝이 아니라는 말은, 결국 3장의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판단은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12월 초가 되어야 가능하지만, 정시 컨설팅의 경우 원하는 시기의 상담은 빨리 마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11월, 아이의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컨설팅 예약을 알아보셔야 합니다. 또한 진학사의 칸수에만 의존하지 말고, 컨설팅의 의견만 전적으로 신뢰하지도 말고 본인의 원서는 본인이 지원하는 학교의 표본을 계속 추적 분석하여야 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의 원서는 내가 가장 절실하고 간절하다는 사실을요.


또한 3장의 원서를 조합할 때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할 점은 ‘붙을 수 있는 곳을 한 곳 정하고 나머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 곳이 붙으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추합 전화가 오지 않더라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정 카드 하나를 썼다면, 최종 문을 닫고 들어가는 스나이핑은 3장 중 1장 정도. 안정 1장, 우주상향 1장. 나머지는 각자의 성향에 맞춰. 그리고 기도해야 합니다. 나머진 우리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정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11월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언제쯤 여행이 가능한지 궁금해하시는데, 학교 학사 일정을 고려해서 가능하다면 이 시기를 추천드립니다. 12월 말에는 표본 분석과 전략 수정이 필요하므로 여행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면접이나 실기가 없는 전형이라면 원서 접수 후 1월 초에도 여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으니, 무리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점도 꼭 당부해 주세요.


1월 중순에 조기 합격자 발표를 하는 학교도 있고, 2월에 일괄 발표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합격자 단톡방이 하나둘 개설되며,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학생들은 괜히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2월 말 추합까지 모두 돌아야 진짜 끝이니, 섣부른 실망이나 단념은 금물입니다. 문을 닫고 들어가든 최초합이든 모두 같은 동기입니다. 단, 2월 말에는 절대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마세요. 최종 발표 이후에 도는 추합 전화는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며 든 생각은, 아이가 ‘공부’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했을 수도 있겠다는 점입니다. 성적이라는 수치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수험생의 엄마가 되어 보니, 그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하고 슬픈 일인지 절실히 느낍니다. 공부는, 특히 점수로 환산된 단 한 자리 숫자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력의 과정은 외면당한 채 타인의 평가로만 저울질되는 삶이니까요. 그렇게 남의 기준에 자신을 올려놓는다면, 늘 불안하고 피곤한 삶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상기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들의 존재감과 가치는 태어남과 동시에 이미 충만하다는 것을요. 무엇을 함으로써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만 스스로의 선택과 배려를 통해 가족이나 타인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하며 자신이 가진 가치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고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확인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자발적 행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쩌면 그런 반복의 과정이 바로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마주하게 될 점수를 아이의 노력의 과정과 동일시하지 말며, 아이의 존재 자체에 감사해야 합니다. 엄마로서 주어진 점수에 맞춰 최고의 전략가가 되어 주어진 작은 산을 넘어야 하겠지만, 그 속에서 배운 사랑과 노력과 가치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에게 아이는 이미 보물이고, 이미 천사입니다.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의 시간들이 숫자로만 환산되는 것이 그저 안타깝지만, 그것 또한 성장의 한 과정으로 겸허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끝까지 믿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일일 것입니다.


다만 아이나 저나, 시험이 끝나고 아쉬움은 남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남은 기간 수험생 여러분 모두 컨디션 관리 잘하고 시험 잘 보고 나오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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