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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위에 글 Dec 19. 2024

이별, 귀로

이별하고

돌아가는 길,

외따로 놓인 작은 의자에
텅 빈 영혼을 내려놓는다


어둠은 깊어가고
그대의 숨결은 내 한숨에 스며든다
눈물은 어깻짓에 기대 흐르고

멈춰진 여백 속에 나는 잠겨간다


울다 지쳐

어깻짓이 잦아들면

어느새, 깊은 한숨은 밀려나고

그 끝에 찾아온 막막한 그리움이 내 곁에 앉는다


달무리가 지고

깊은 멍에 잠식되면

여전히, 기억의 한 조각에는

그대의 숨결이 포근히 머물러 있다


찬 밤공기가
메마른 뺨을 스치고

흐트러진 눈물들은 바람결에 흘러
나지막이 그대 이름을 건넨다


별빛이 외로이 흐르고

아린 사랑은 내 옆으로 밀려와

이별은 나를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오래도록 머무른다


내 안의 시간은 멈춰

아련한 기억을 되새기고

여전히, 그대가 마음 한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달빛은 잠들어

끝 모를 어둠을 덧입히고

눈물로 번진 그리움은

내 슬픔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킨다


비가 내린다

이 슬픈 밤에

뜻 모를 비가

하염없이 내려 기억의 끝을 적신다


비는

그리움에 갈증을 더하고

마음 깊은 곳엔

그대의 흔적이 영원처럼 젖어든다


끝없는 빗소리는

공허한 마음을 더 깊이 두드리고

깊이 스며든 미련은

돌아가는 길을 막아선다


다시금

막막한 그리움이 밀려와

눈물은 빗물을 따라 흐르고

걸어온 길은 눈물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새벽이 오면

이 슬픔도

어둠과 함께 사라져 가기를 

숨죽인 흐느낌 속에 나지막이 내뱉는다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어둠은 조용히 나를 감싼다

바람은 다정히 위로를 건네고 

빗물은 살며시 이 슬픔을 다독인다


그러다 못내,

무심한 체념은 지친 몸을 일으키고

애써 붙잡은 숨결은 

무거운 발길을 이끌어 어둠 속으로 스러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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