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으로 사람을 만난 시간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2025년 12월 12일.
집밥 수련 챌린지 2기 수료식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공식적인 수련은 막을 내렸습니다. 수련의 막바지쯤, 이 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지난 8주 동안 우리 집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수많은 방문객을 들이는 어마어마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맞이했고, 우리는 서로에게 드나드는 바람이 되었습니다.
이 귀한 경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집밥 수련은 결국 ‘사람을 맞이하는 연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고 가다 남으로 지나쳤을 법한 사람들이 한 팀으로 묶였습니다. 카페에서의 어색한 공기가 우리의 첫 만남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같이 요리를 하기도 하고, 운동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한 건 함밥이었어요. 각자 준비해 해 온 음식을 펼쳐놓고 함께 먹는 포트럭 식사였습니다. 비빔밥 데이도 떠오르고, 애리님까지 함께했던 성대한 만찬도 생각납니다.
예전의 저에게 집밥이란, 엄마로서 우리 식구들을 위해서 응당 해야 하는 의무 같았습니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려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고, 잘 해내고 싶어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집밥 수련 1기. 저에게 첫 번째 수련은 메뉴를 하나씩 완성해 가는 도장 깨기 같았어요. 낯선 식재료를 사서 손질하며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반면 이번 수련은, 음식을 '잘 만드는 것' 보다 '음식을 사이에 두고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함께 먹고, 어떻게 나누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음식을 준비하며 긴장이 앞섰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먹을 만할지, 자리에 잘 어울릴지, 우리 집에서 다들 불편하진 않을지 걱정도 되었어요.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긴장과 걱정은 설렘과 기쁨으로 바뀌었고, 음식 앞에서 나누는 우리의 대화와 웃음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부드럽고 견고하게 이어주었습니다.
요리를 더 잘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함께 먹는 한 끼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전날 음식을 준비하며 느꼈던 설렘. 다 같이 모여 함께 식사할 때의 충만함. 남은 건 골고루 싸 가서, 저녁 밥상에서 또 한 번 서로를 떠올리며 더 감사해지는 시간.
식구란 '같은 집에 살면서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각자의 집밥으로 만난 우리는 이제 '집밥 식구'가 되었습니다. 밥 한 끼를 함께 한다는 건 차나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줌으로 만나거나 카페에서 만나 8주를 보냈다면, 지금 같은 끈끈함은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마음이 조금 더 말랑말랑해져, 상대방의 더 깊은 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일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련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요즘은 자꾸 사람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어 집니다. 떳떳하고 건강한 레시피로 말이에요. 예전에는 제가 만드는 음식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배달을 시키거나 아예 밖에서 먹자고 했었어요. 그 편이 훨씬 더 맛있었으니까요. 요즘엔 달라졌습니다. 그냥 집으로 오라고 합니다. 이제 "간단하게 솥밥 해 먹자."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의 8주는 막을 내렸지만, 저만의 집밥 수련은 오늘도 이어집니다. 12월의 마지막 날.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 수육을 하고, 국을 끓이고, 솥밥을 하고, 나물을 무칩니다. 부엌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참 평화롭습니다. 수련이 끝나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요리를 계속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부엌에서의 수련은 끝났지만, 다음 부엌에서도, 다음 계절에서도 저의 집밥 수련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