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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국물 페스토' 나의 인생 레시피가 되다

함께하는 집밥 - 집밥 수련 첫 번째 이야기

by 민송


늘 밥은 해야 하고, 시간은 부족한 우리에게

간단하지만 든든한 한 끼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름하여, 소고기 국물 페스토.



월요일은 아들이 주산 수업을 하는 날에요. 끝나고 집에 오면 오후 6시 반. 그리고 매일 있는 태권도 훈련은 7시 40분. 한 시간 만에 밥을 해서 먹여야 해요.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마음만 바빠서 김밥집의 유혹에 시달립니다.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엄마들에겐 늘 '식사'라는 큰 압박이 있지요. 일을 하다가도, 아이를 따라다니다가도, 때가 되면 재빠르게 밥상을 차려내야 하니까요. 그럴 때는 육수를 낼 시간도, 고기를 재울 시간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코인 육수에 손이 가고, 양념된 고기를 사서 휘리릭 볶아주고 싶어지죠.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결국 배달앱의 도움을 받습니다. "푸짐한 배달음식보다는 소박한 집밥이 훨씬 좋다" 엄마가 늘 하시던 말이에요. 어렸을 땐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바깥 음식이 더 화려하고 특별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엄마가 되니 엄마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아요. 물론, 배달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 건 아니에요. 배달 찬스는 아껴뒀다가 정말 힘든 날에만 꺼냅니다. 남편이나 아들이 먹고 싶은 메뉴가 생기면, 마지못한 척, 기꺼이 시켜주기도 하지요.


저희 집 냉동실엔 항상 냉동밥과 삼겹살이, 냉장실엔 계란과 오이나 파프리카 같은 채소가 준비되어 있어요. 나름 '만약'을 대비하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소고기 국물 페스토'도 냉동실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활용도 다양해요.


집밥 수련 챌린지 1주차 미션





소고기 국물 페스토


엄마들에게 인생 레시피를 묻는다면, 아마도 "영양 듬뿍" "초간단" "스피드" 요리이지 않을까요. 소고기 국물 페스토와 함께라면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요. 페스토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으깬다'라는 뜻이에요. 우리는 흔히 바질 페스토를 떠올리죠. 소고기 국물 페스토란 소고기로 만든 소스, 국물도 낼 수 있는 소스를 말해요. 이것만 있으면 뭇국, 떡국, 해물솥밥, 쌀국수, 된장찌개, 미역국, 버섯솥밥, 가지솥밥 등 다양한 요리가 뚝딱 완성이 됩니다.


먼저 냄비나 웍을 꺼내서 소고기 다짐육을 담고, 분량의 멸치액젓, 연두,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추를 넣어요. 센 불에서 뚜껑을 닫고 끓입니다. 바글바글 국물이 좀 줄어들어간다 싶으면, 국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저어주면 끝이에요. 식힌 뒤 2T (약 40g)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두면, 든든한 소고기 국물 페스토 완성입니다. 정말 간단하죠? 이렇게 한번 만들어두면 10번의 초간단 요리를 할 수 있으니, 꼭 한번 만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소고기 국물 페스토

[재료]
소고기 양지 다짐육 500g
애리부엌 멸치액젓 5T (소고기 100g 당 1T)
연두 5T (소고기 100g 당 1T)
다진 마늘 2T
참기름 3T
후추 1t

[만드는 법]
1. 위에 재료를 모두 넣고 뚜껑 닫고 조린다.
2. 센 불에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저으면서 조린다.
3. 식혀서 2T (40g)씩 소분해서 납작하게 비닐에 얼린다. - 약 10개가 나옵니다.

- 유튜브 "애리부엌" 레시피 중


소고기 국물 페스토


그럼 이제 소고기 국물 페스토를 활용할 수 있는 음식도 만들어볼게요.



뭇국


요즘처럼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뜨끈한 국물이 절로 생각나는 날. 간단하게 계란국을 끓일지, 영양가 있는 소고기 뭇국을 끓일지 고민되는 그런 날. 우리는, 간단하게 뭇국을 끓이기로 합시다.


먼저 무는 나박 썰기를 합니다. 시간이 촉박하면 빠른 조리를 위해서 더 얇게 썰어주세요. 냄비에 썬 무와 소고기 국물 페스토 한 팩, 그리고 물 200ml를 넣고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나머지 물을 두 번에 나누어 넣어요. 총 800ml의 물이 필요해요. 간은 새우젓 1t를 넣고 맛을 보며 맞추어주세요. 썰어 놓은 대파도 넣고, 후추도 살짝 뿌려요. 무가 투명하게 익으면 불을 끕니다. 계란을 풀어 붓고 그대로 뚜껑을 잠시 닫아두세요. 아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뭇국 완성이에요.


간단하면서 영양도 놓칠 수 없는 소고기 국물 페스토로 만든 뭇국. 정말 쉽지요?

이런 방식으로 미역국이나 떡국 같은 다른 국에도 활용할 수 있어요.


뭇국

[재료]

무 100g (2~3인 기준)
소고기 국물용 페스토 1팩
새우젓 (추젓) 1t
계란 1개
파 1/3대
후추 약간
물 800ml

[만드는 방법]

1. 무를 얇게 나박 썰어 놓는다.
2. 냄비에 썬 무와, 소고기 페스토 1팩을 풀어 물 200ml와 함께 끓인다.
3. 끓으면 나머지 600ml를 두 번 정도 나누어 놓고 끓인다.
(조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처음 200ml 끓이는 동안에 600ml는 포트에 끓여 준비해 놓는다.)
4. 새우젓 1t 넣는다.
5. 대파를 1/3대 정도를 어슷 썰어 넣는다.
6. 후추 한 꼬집을 넣는다.
7. 불을 줄여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10분 이상 끓인다.
8. 불을 끄고 계란 한 개를 풀어 뿌린다. (계란을 젓지 않는다.)

- 유튜브 "애리부엌" 레시피 중


뭇국



해물솥밥


시즌1에서 찬밥을 이용한 버섯솥밥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땐 고기를 양념에 살짝 재웠다가 볶아 사용했는데, 쇠고기 국물 페스토를 넣으면 이 과정 없이 간단하게 솥밥도 가능해요. ‘해물 솥밥’은 각종 해산물 덕분에 보기에도 푸짐해서, 손님맞이 메뉴로도 딱 인 것 같아요.


손질하고 자른 오징어는 버터에 살짝만 볶아서 건져두어요. 너무 오래 볶으면 자칫 질겨질 수 있으니까요. 같은 냄비에 소고기 국물 페스토 한 팩과 나머지 해물을 살짝 볶다가 버섯도 넣어 볶습니다. 이때 까나리 액젓 한 숟갈로 간을 맞추어요. 밥을 넣고 잘 섞은 뒤, 김이 잘 올라오도록 군데군데 구멍을 내주어요. 이제 불을 줄이고, 익혀놓은 오징어와 초록초록한 쪽파를 썰어 올려주세요. 뚜껑을 닫고 5분 두면 완성입니다. 잘 섞어서 통깨와 참기름 또는 들기름까지 더해주면 냄새가 당장 한입 떠서 입안으로 넣고 싶게 만들어요. 과정은 간단하지만 보기엔 일품요리 같은 해물 솥밥이에요.


해물솥밥

[재료]
표고 6개, 새송이 1개, 느타리 (없으면 한 가지로만 가능)
새우살, 조갯살, 우렁, 오징어 1마리 (가지고 있는 해물)
소고기 국물 페스토 1팩(40g)
밥 600g
애리부엌 까나리 액젓 1T
버터 30g
다진 쪽파 3T (생략 가능)
통깨 2T
참기름 또는 들기름 1T

[만드는 방법]

1. 오징어가 있는 경우 버터 30g에 살짝 겉면만 익혀 건져낸다.
2. 오징어를 건져낸 후 소고기 국물 페스토와 해물을 살짝 볶는다.
3. 버섯을 잘게 썰어 까나리 액젓 1T를 넣고 볶는다.
4. 밥을 600g 넣어 듬성듬성 구멍을 내어 김이 올라오게 한다.
5. 익힌 오징어와 쪽파를 올린다.
6. 타지 않게 불을 살짝 줄여 뚜껑을 닫고 5분 정도 둔 다음 섞는다.
7. 기호에 따라 통깨 2T, 참기름 또는 들기름을 넣는다.

tip. 명란 등 짠 해물을 넣을 경우 액젓은 추가하지 않는다.

- 유튜브 "애리부엌" 레시피 중


해물솥밥


(소고기 국물 페스토를 활용한 더 다양한 메뉴는 유튜브 채널 ‘애리부엌’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집밥수련챌린지 1기를 하면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시부모님께는 매주 반찬을 해드리지만, 정작 저를 키워주신 친정 부모님께는 대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얼마 전, 대만 여행을 위해 서울에 올라오신 부모님께 집에서 며칠 더 머물렀다 가시라 했어요. 출발 전날 오셨다가, 여행 후 이틀 정도 함께 계셨어요. 그날은 미리 만들어둔 돼지고기 수육, 부추무침, 굴전에 해물 솥밥과 뭇국을 더해서 한 상 차려드렸어요. 막걸리 반주까지 곁들이니 아버지 얼굴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음식은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완성된다고 해요.

그리고 그 순간, 만든 사람의 마음도 함께 채워지는 것 같아요.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그날의 밥상은 오래도록 제 기억 속에 남을 거예요.




우리집 금요반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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