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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지만 성공한 '두부면 알리오올리오'

마음을 나누는 식탁, 포트락에서 만나요 - 집밥 수련 두 번째 이야기

by 민송

함께 밥만 만들지 않는다.

함께 밥만 먹지 않는다.

우리는 함께 웃고,

수다를 떨고,

때로는 달리기도 한다.

서로에게 배우며, 더 큰 세계를 알아간다.



집밥 수련 챌린지 2주 차. 10월 31일이 끼어 있어서 이번 주 주제는 "할로윈 특집"입니다. 미션 메뉴는 당근 라페, 토마토 마리네이드, 마녀수프, 구운 채소샐러드, 라구, 두부면 알리오올리오 등 파티 음식이에요. 팀미션은 할로윈 포트락 또는 슬로우러닝이 주어졌어요.


포트락이란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나눠 먹는 식사를 말합니다. 캐나다에 있을 때 처음 접한 것 같은데, 누구든 준비에 큰 부담 없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개념이라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지인들과 모일 땐 종종 포트락을 하게 되네요.


첫 번째 집밥 수련 이후, 이런 모임이 생기면 늘 만들어가는 저의 전담 메뉴가 생겼어요. 메인 요리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음식에 어울리는 '당근 라페'와 '토마토 마리네이드'예요. 상큼한 맛으로 입안과 기분을 깔끔하게 만들어주어서 특히 여성 지인들이 참 좋아합니다. 다소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지만 저는 그 번거로운 과정을 즐기니까요. 모임을 기대하며 부엌에서 느끼는 설렘을 아실까요.


친구의 포트락 파티에 가져간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당근 라페


이번에도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당근 라페를 만듭니다. 제가 만들면 다들 양을 보고 놀립니다. 무슨 김장을 하냐고. 네네. 토마토 마리네이드 김장과 당근 라페 김장이 되겠습니다. 이번에도 혼자 먹기엔 양이 많으니, 맛있게 완성되면 나눠먹을 거예요. 예전엔 감히 그럴 생각을 못했지만, 요리에 조금씩 자신이 생기면서 나눠먹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토마토 마리네이드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드는 법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s://brunch.co.kr/@becoming-min/64


당근 라페


당근 라페


만드는 법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s://brunch.co.kr/@becoming-min/65




두부면 알리오올리오


레시피 북에 있는 메뉴는 다 만들어봐서 그런지, 책에 없는 새로운 메뉴로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알리오 올리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예요. 파스타를 자주 먹지는 않지만,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보다 올리브오일과 마늘 향이 좋아서 꼭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밀가루 면이 아니라 두부면이라니. 꼭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어요? 특히나 두부면은 따로 삶을 필요가 없어서, 오리지널 알리오올리오보다 더 간편한 것 같아요.


어딘가에서 꾸덕한 크림소스엔 넓은 면이, 알리오올리오 같은 가벼운 오일 파스타엔 얇은 면이 더 잘 어울린다고 들었어요. 두부면도 당연히 그럴 줄 알고 두꺼운 면 보다 얇은 면을 골랐더니, 큰 시련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재료를 준비하던 중, 면을 건져 물에 헹구는데 왠지 모를 싸한 느낌. 면 모양이 과연 유지될까? 아니나 다를까, 채소와 해물을 섞기 시작하니 면이 다 부서져 버리네요. 마음속 슬픈 한마디. "망.했.다."


비주얼은 완벽한 실패. 하지만 맛을 보는 순간, 동공이 커졌어요.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은 폭발합니다. 감바스에 두부면 사리를 넣은 거 같기도 하고요. 맛을 보다가 배가 불러서 두부면이라서 포만감이 있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맛을 보느라 거의 절반을 먹어버렸으니 그럴 수밖에요. 정말 건강하고 맛있는 파스타입니다. 부서진 면도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다음엔 꼭 넓은 두부면으로 재도전해야겠어요. 조만간 브런치 컨셉의 포트락을 한다면, 전 이 두부면 알리오올리오와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준비해 볼 거예요.


집밥 수련 2주 차 할로윈 특집


두부면 알리오올리오

[재료]
두부면 200g
양파 200g
마늘 10개
페퍼론치노 3~5개 (생략가능)
새우 10마리 (다른 해산물로 대체가능)
건바질 1T
월계수잎 2~3 (생략가능)
올리브유 10t
소금, 후추
까나리액젓 1t
연두 1t
물 20ml

[만드는 방법]
1. 양파 1개를 채 썰고, 마늘 10개 편으로 썰어둔다.
2. 달군 웍에 양파와 마늘을 넣고 소금 살짝 뿌린 후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3. 양파가 익는 동안 물 50ml 정도에 까나리액젓 1t, 연두 1t를 희석해 둔다.
두부면의 충전수를 빼서 물로 살짝 헹군다.
4. 양파와 마늘이 노릇해지면 페페론치노, 월계수잎, 새우를 넣고 익힌다.
5. 새우가 익으면 건바질 1T를 넣는다.
6. 팬에 희석해 둔 물과 두부면을 넣고 볶아 살짝 졸인다.
7. 간이 부족하면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를 조금 더 가감한다.

tip1. 생바질 잎을 잘라 넣으면 훨씬 신선하고 풍미가 더해집니다.

- 레시피 출처 : 유튜브 채널 '애리부엌'


부서졌지만 맛있었던 두부면 알리오올리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

집밥 수련 2기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팀'이에요. 1기에서는 개인의 수련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지역별로 소규모 팀으로 묶어주셨습니다.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모두의 공통 관심사가 '건강과 집밥'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가까워졌어요. 첫 주에는 티타임으로 서로의 얼굴을 익혔고, 이번 주는 팀 미션인 슬로우러닝을 하러 만났습니다.


관악산 입구에서 만나 도림천을 달려보기로 했어요. 러닝을 오랫동안 해오신 멤버가 있어서 준비운동부터 리드를 해주셨어요. 유독 추운 날씨였지만 덕분에 큰 부상 없이 모두 즐겁게 슬로우러닝을 마쳤습니다. 5km 정도를 완주한 뒤 따뜻한 티타임을 가졌어요. 다음 주엔 드디어 우리의 첫 번째 포트락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첫 포트락도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가 만든 두부면 알리오올리오처럼요. 누군가는 간을 세게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만들다가 실패해서 뭔가를 사 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런 얘기들이 상에 같이 얹어진다면 우리의 식탁은 더 풍성해질 겁니다. 음식이든 경험이든 마음이든 함께 나누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우리의 집밥 수련 일 테니까요.


국이나 찌개도 1인분만 만들면 빨리 끓일 수 있지만, 커다란 솥에서 9인분을 만들면 더 깊고 진한 맛이 나지요. 다음 주엔 각자 준비한 나물로 함께 '비빔밥'을 만들 거예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잘 어우러져 완성할 우리의 밥상. 그 안엔 각자의 시간과 마음이 담기겠지요.

어떤 비빔밥이 탄생할까요?

깊고 풍부한 맛이 날 거 같지 않으세요?



함께 달린 도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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