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추 시험(19년 6월)은 -0.34로 불합, 20 시험(19년 11월)은 +0.34로 합격.한 끗 차이로 지옥과 천국을 모두 맛보았다.
임용시험의 점수분포도는 종모양의정상분포다(라고 강사님들께 들었다). 종 중에서도 좁고키 큰 종. 최상위권과최하위권은 드물고 합격 커트라인에 오밀조밀 모여있다. 그러니 소수점에서 1~2점 차로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다른 결과가 무수히많다.
임용학원 설명회에서 강사들은 100점 맞아야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능처럼 임용에도 킬러문항은 존재한다. 워낙 범위가 넓기에 내가 깊이 보지 않은 부분, 신이론 등도 나오기 마련이다.그러하기에기본에 충실해서 아는 문제를 다 맞히면, 실수만 하지 않으면 합격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이것이 임용에 한번 발을 들이면 끊을 수없는 가슴 아픈이유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합격 커트라인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매해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넘지 못하는가.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1차 합격이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에 꺄~드디어 합격이야 환호성 지르고 3초 뒤, +0.34라는 점수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까딱 했으면 이번에도 불합일뻔했구나.
3년간공부하면서 강의수강-내용이해와 암기-인출이라는 공부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신경 쓴 덕분에 0.34의 벽을 넘을 수 있지 않았나 하며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고득점자도 아니고 공신도 아닌 아주 평범한 엄마수험생의 한 끗 차이 비법이라면 비법.
1. 불합격한 내 답안 뜯어보기
1차시험 고득점자 2명의 답안과 나의 답안을 비교 정리한 표
꼴 보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실패한 시험지이다. 다시 들춰보면 그날의 아쉬움과 왜 그랬을까 자책감에 내가 자꾸 못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 봐야 한다. 기출분석을 꼭 해야 하니까. 그동안 기출분석할 때 학원에서 제공하는 파일로 문제를 보고 강사의 모범답안을 참고했다면 올해는 고득점자의 답안과 내 답안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방법을 바꾼 이유는 첫째, 답안이 공개되지 않는 임용시험의 특성상 강사의 답을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실제 합격생의 답안과 점수로 어느 선까지 답으로 인정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셋째, 고득점자의 답안과 내 답안을 비교하며 실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최종합격발표까지 모든 시험일정이 끝나면 감사하게도 임용카페에 지역별로 합격생들의 합격수기와 작성한 답안이 올라온다. 먼저 꿈을 이룬 합격생들의 합격수기로 도움을 받아 자신도 올린다는 고운 마음이 담긴 수기이다. 그 안에서 고득점자 2명을 골라 사진처럼 표로 작성한다. 확실한 정답은 검정, 틀린 답은 빨강, 점수인정이 반반일 것 같은 건 파랑. 역시 확연히 다르다. 제대로 암기가 안된 영역이 드러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범했으며, 실수로 포장하기엔 공부가 안된 취약점도 보인다. 여기에서 두 가지 노선을 잡았다. 기본서를 충실히 보며 구멍 없는 이론공부하기와 실수 줄이기.
2. 기본서 충실히 보기
N수생의 증거는 책꽂이에 점점 늘어가는 강사별 기본서이다. 각기 다른 책등의 색깔과 서체로 무던한 책꽂이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1년 공부를 계획하며 올해는 어떤 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라가 볼까 설명회 투어를 시작한다. 강의력은 훌륭하나 책 구성이 허술한 강사도 있고, 강의력은 대체로 무난하나 책의 두께가 어마무시한 경우(기출에 나온 이론은 물론이고 듣도 보도 못한 신이론까지 모두 넣은)도 있고, 강의력은 아쉽지만 기본서가 유난히 빛나는 강사도 있다. 나의 첫 강사 선택은 강의력에 있었기에 다른 강사의 기본서를 추가로 봤다. 2년 연속 같은 강사와 함께 한 후에도 맛보지 못한 합격의 기쁨. 강사 탓이랴 나의 부족함이겠지. 깔끔하게 이별을 고한다. 실패원인분석에 따라 기본서를 충실히 보기 위해 구성과 내용이 알찬 기본서를 찾는다. 육아로 몸이 묶인 나는임용카페에서 기본서 추천글을 정독하는 게다지만, 거기만큼 알찬 정보가 있는 곳도 없다. 가독성도 좋고 편집이 예쁘다는 기본서를 추천하는 글이 카페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진짜 좋은지 확인해야 하니 기본서 중 개론 한 권을 먼저 구입해 본다. 와~가독성이 좋다는 게 이거구나. 페이지마다 이론이 산뜻한 표 형식에 딱 떨어지게 정리되어 있다. 종이질마저 매일 넘기고 싶게 마음에 든다. 그날 바로 나머지 각론 두 권도 결제 완료. 새 책에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형광펜도 작은 선물로 준비한다.
개론과 각론 기본서는 말 그대로 '기본'이기에 시험 전날까지도 보고 또 봐야 한다. 자, 이제 이 기본서 3권을 어떻게 나의 머릿속에 넣을 것이냐. 이해와 암기, 인출의 선순환을 위해 문제 내기 밴드스터디에 들어간다. 2개월을 목표로 매주 목표 분량을 정한다. 매일 목표 분량을 공부하고 그 범위에서 각자 문제를 내고 문제를 풀어보는 인증을 올린다.혼자였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텐데 서로 독려하며 1 회독을 완료하였다. 역시나 '함께' 하는 힘 덕분이다. 하반기 실전 공부에 들어서면서 목차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모의고사 풀 때 아, 이 내용은 교사론 파트에서 오른쪽 상단에 있었지 하며 사진처럼 책이 떠오른다. 이제 회독의 속도를 올려본다. 4주 1 회독, 2주 1 회독, 1주 1 회독, 3일 1 회독, 1일 1 회독. 막판에 1일 1 회독까지는 못했지만 나름 단계를 밟아가며 기본서를 펼쳐보고, 모아보고, 씹어보았다.
3. 실수하지 않기
귀신이 씌었나, 그분이 오셨나 (뵙고 싶지 않습니다만)
1차 시험을 보고 나왔을 때 심심치 않게 들리는 수험생들의 소감이다. 분명히 지문과 문제를 꼼꼼히 읽고 답을 적었는데 혼자 이상한 흐름을 타서 다른 맥락으로 결론이 도출된다. 평소대로라면 A이론을 적용했을 텐데 불현듯 B이론이 떠올라 이걸로 해볼까? 이게 맞을 거야 하며 다른 의미의 그분이 오신 거라며 답을 적기도 한다. 나의 수많은 실수 중 최고봉은 19추 시험 가드너 문제였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서괄호 안에 "강점"이라고 적으면 되는데,자신 있게"강점지능"이라고 적었다. 괄호 밖에 지능이란 단어가 이미 적혀 있었건만.그땐 보이지 않았다. 그분이 제대로 오신 격. 이 실수만 안 했으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5개월 빨리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일로 9~10월 모의고사반을수강하면서는 몰라서 틀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실수로 점수 까먹지 말자 다짐을 한다. ( ) 안에 들어가야 하는 정확한 단어만 적기 위해 앞 뒤 지문을 꼼꼼히 보고, 답을 넣어서 문장을 한번 더 읽는 습관을 들인다. 그리고 지문에서 찾아 쓰는 것인지, 통상적으로 일컫는 교육용어를 묻는 것인지 문제의 마지막 동사에 집중한다.(찾아쓰시오, 쓰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실수는 발생하기 마련. 오답노트 맨 뒷장에 실수모음 공간을 만들어 실수 유형을 추가하여 적어 내려갔다.시험날 아침까지 다시 읽어보며 실수하지 않겠노라, 안 할 수 있다 정신무장을 했더랬지.
4. 자포자기로 버리는 공부하지 않기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직도 해야 할 분량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니 쫓기는 마음에 이건 안 나올 거야 하며 넘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내 마음을 어찌 아셨는지 강사님이 수업 중에 조언을 하신다. 포기로 버리는 공부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막연하게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출의 흐름과 현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파악하며 중요도를 가늠해 보라는 것이다. 뿅망치로 머리로 맞은 것 같았다. 선택과 집중의 시선으로 다시 책을 보니 신기하게도 글자가 크게 보이는 부분과 힘을 빼고 봐도 되는 부분이 구별된다. 공부의 중심이 서니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도 잦아들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1차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만났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강사님이나 합격생들의 조언과 노하우를 잘 적용하여 이루어낸 값진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얇은 귀에 수용성 높은 성격이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