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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사로운 Dec 27. 2024

인생은 산 넘어 산

1차 합격의 기쁨은 반나절, 2차 시험 준비하며 무너진 날들

드디어 합격이다. 꺄~~악!

갑작스러운 비명에 세 살 된 둘째가 울음을 터뜨린다. 미안 미안, 엄마가 너무 놀라고 기뻐서 그만. 좋은 일이란다, 둘째야. 엄마 합격이래. 울음 반 웃음 반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아이를 안아 엉덩이를 토닥인다. 벌렁대는 내 심장도 토닥토닥.

합격창을 두 번, 세 번 다시 열어보고, 사진도 찍는다.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에게도 합격이라는 이야기를 하니 두 발로 방방 뛴다. 눈물이 차오르다 말다, 입꼬리는 오르락내리락. 꿈이야 생시야. 

사진출처: pixabay

첫째가 피아노 학원에 간 사이, 둘째 낮잠을 재우며 핸드폰을 확인한다. 온, 오프라인에서 함께 스터디한 선생님들 사이에 희비가 갈린다. 합격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그간의 노력과 합격만을 바랐던 그 마음을 서로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축하와 위로를 애써 담담히 주고받는다. 진심이 담긴 축하와 최종합격을 빌어주는 그  응원 속에 아픔과 눈물도 전해져 온다. 그래서 더 고맙고 귀한. 그 몫까지 더 열심히 해 낼게요. 다음 차례는 당신이에요.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학원 1차 합격생 개별지도반 단톡방이 생겼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2차 시험. 유치원 임용 2차 시험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첫째 날 교수학습과정안 작성과 심층면접, 둘째 날 수업실연 시험을 본다. 면접이든 수업실연이든 시험장에는 혼자 들어가지만 준비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고 수정, 보완하는 단계를 반복적으로 거쳐야 하기에 스터디 구성이 필수(혼자 준비하고 합격하시는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별지도반 단톡방에서 자연스레 스터디가 구성된다. 나만 빼고. 1차 발표 전 2차 수업실연 대비 강의를 들을 때도 조구성(4인 1조) 이 어려워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웃 선생님과 겨우 둘이서 따라갔는데, 나 혼자만 합격을 한 상태. 공부에 집중한다고 학원에서 외로운 섬으로 지내기로 자초했더니 아는 사람도, 비집고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는다. 1차 합격을 확인한 지 정확히 세 시간 반 만에 찾아온 막막한 순간이다. 침착하자. 왼손으로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오른손 엄지타로 나를 소개한다. 육아맘이지만 근면 성실, 매일 스터디 가능, 나름 교통의 요지에 살고 있으니 스터디 장소는 어디든 맞출 수 있음. 저와 함께 짝스터디 하실 분? 둘 씩, 셋 씩 조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초조하게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찰나, 나처럼 팀에서 혼자 합격한 선생님이 나의 손을 잡는다. 다행이다. 빠른 시일 내에 바로 만나기로 하고, 2차 시험 공고문을 꼼꼼히 읽어보며 본격적인 2차 시험 준비를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은 약 3주 반.


1차 발표 전에 수업실연과 면접 강의를 들으며 기초적인 준비를 하긴 했지만 최종합격을 바라기엔 모자란 구석 투성이다. 요리조리 나름 치밀하게 계획한다. 짝 스터디 선생님과 매주 3회 2차 모의시험을 치른다. 실제 시험과 동일하게  과정안 작성+심층면접(구상형 1, 즉답형 2, 추가질의 1)+수업실연을 1세트로, 만날 때마다 2세트씩. 노량진스터디룸에서  아침 9시에 만나면 저녁 8시에 헤어질 수 있다. 스터디가 없는 날은 면접 특강이 기다린다. 강사님이 던져 주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새로운 선생님들과 실전처럼 면접 연습을 한다. 세밀함이 필요해 보인다. 정교한 과정안 작성을 위해 밴드 스터디를,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일대일 전화스터디(즉문 즉답형식의 면접, 아침 7시 1시간가량)를 추가한다. 개별지도반과 면접강의에서 각각 실전 수업실연시험과 면접시험날짜도 잡혔다. 학원에서 준비한 문제로 2차 시험을 보고 강사님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최종합격도 멀지 않은 것 같다.


1주 차

계획에 없던 이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밤늦게까지 전화스터디-짝스터디-과정안 밴드 스터디를 반복하니 체력이  떨어진다. 으슬으슬 몸살 기운에, 목소리도 쇤다. 안 그래도 갑상선저하증으로 인한 저질체력에, 일주일에 한 번 가던 노량진을 매일 왕복하고, 종일 말하는 연습을 하니 몸이 이겨내질 못하는 것이다. 하루 정도 쉬어가면 좋으련만 지금 이 실력으론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강의와 스터디가 없는 주말엔 2차 시험에 풍성한 답안을 만들기 위해서 각종 사회적 이슈와 뉴스, 강사님들이 주는 추가 자료의 내용을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타이레놀아, 몇 주만 버텨다오.


2주 

눈을 뜬다. 전화스터디를 마치자마자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긴 머리를 돌돌 말아 올리고, 뜨끈한 국에 밥 한술 후루룩 말아 입에 털어 넣는다. 잠든 아이들 뺨에 내 뺨을 맞대어 잠시 온기를 나누고, 열심히 하고 올게 마음으로 다짐하며 집을 나선다. 집에 돌아온 시각은 밤 9시. 아이들을 안아주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피곤함을 풀어 본다. 아이들을 재우고 다시 책상 앞으로. 오늘 짝선생님에게 받은 피드백을 복기하며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연습한다. 눈꺼풀은 무겁고, 어깨는 뻐근하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이쯤 하고 눕는다. 이불을 목까지 포근하게 덮어본다. 왜 이리 더디기만 한지.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들, 눈을 감으니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짝스터디 중 실시한 수업실연, 면접 녹음 후 다시 들으며 부족한 부분 점검, 거슬리는 언어습관 수정 또 수정


3주 차

번개로 신청해 둔 2차 모의시험을 보러 신촌스터디카페로 향한다. 낯선 환경에 나를 세워두는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각자 만들어 온 문제로 돌아가며 면접관과 수험생이 되어 모의시험을 본다. 2차 시험을 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의 리드를 받으며 쭈뼛쭈뼛 시험에 임한다. 다들 능수능란하게 수업 실연을 하고, 분명하고 바른 태도로 면접 질문에 답한다. 아, 나는 어쩌지. 괜한 실험이었나. 2년 전에 합격한 선배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2차 번개스터디 갔다가 신촌 바닥에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그저 애처롭게 들렸던 그 말이, 전장에서 승리한 장군의 무용담인 양 부럽게만 들렸던 그 말이, 뼛속 깊이 아리게 파고든다.  

이틀 뒤, 면접 강사님과의 일대일 실전 면접시험이다. 강사님이 앉아계신다. 단단한 카리스마가 휑한 대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긴장감 속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시험지를 읽고 답변할 답안을 구상지에 적어본다. 공기가 차가워서인지 펜이 나오다 만다. 펜을 몇 번 더 찍찍 그어보다가 이내 내려놓고, 눈동자만 사방으로 굴려본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채 구상시간이 끝났다. 강사님 앞에 앉아 답변을 시작한다. 헝클어진 머릿속에서 나온 답변은 자꾸만 경로를 이탈한다.


 선생님, 이렇게 해서는 절대 합격 못해요.
 몇 백 명 되는 수강생이지만 허투루 보고 있지 않아요. 그동안 본 선생님은 새로운 시각으로 교육적 상황도 읽고 참신한 답변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이상하네.


우물쭈물 펜 핑계도 소용없다. 면접시험 날 입을 원피스를 곱게 입고 갔던 그날, 오랜만에 신은 스타킹에 몸이 죄이듯 내 마음도 쪼그라들었다. 그날부터였다. 밥을 먹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저녁에 아이들과 놀아주다가도 눈물이 왈칵. 참으려 해도 멈출 수 없는 눈물. 들키는 순간 엉엉 목놓아 울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며 엄마 화장실 좀. 많이도 들락거렸다.


2차 시험 3일 전

짝 스터디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만나 점검해 보기로 한 날이다. 평소처럼 일어나려는데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깨 통증으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아뿔싸. 시험 3일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이람. 이젠 흘릴 눈물도 없다. 불현듯 무릎이 안 굽혀져 주사 맞고 나았다던 아이 친구 엄마가 생각났다. 이른 아침이지만 염치 불고하고 병원 정보를 얻어 바로 병원 행이다.

어깨고 등이고 염증이 꽉 차있네요. 자세도 안 좋죠? 최근 스트레스받는 일 있으신가요?


무릎도 한 번에 고치셨다더니 명의가 맞으신가 보다. 네, 다 맞습니다. 당장 낼모레 중요한 시험이니 시험만 무사히 치르게 도와주세요.


2차 시험 전날

명의선생님의 주사와 약물치료 덕분에 어깨통증이 완화되고 고개도 불편하지 않게 돌아간다. 이제 곧 끝이다. 마지막 단추만 잘 채우면 된다. 무너졌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늘 앉던 구립독서실 자리에 앉아 차분히 기도를 한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은다는 게 이런 걸까. , 이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갑자기 시작된 두근거림.


두근두근. 

두근. 두근.

두. 근. 두. 근.


심장소리가 귓가에 점점 크게 들린다. 두 손을 포개어 가슴에 댄다. 진정하자. 적당한 불안감은 집중력을 더 높여준다고 했어. 제발. 나의 바람과는 달리 심장소리는 더 크고 빠르게 요동을 친다.


2차 시험,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대문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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