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수험생이 되기로 결심했을 땐 다섯 살 아이 하나였는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려니 둘이 되었다. 설상가상인가 럭키비키인가. 수험생활이 길어지자 유치원에서 4시에 하원하던 첫째는 어느새 1학년이 되어 1시 전에 하교를 하고, 제 때 먹이고 재우기만 하면 되었던 둘째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왕성한 세 살이 되었다. 육아맘 수험생의 시계는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은 기본이고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도 놓칠 수 없으니 육아와 공부의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의 시간 VS 수험생의 시간
육아맘의 성공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육아와 살림으로부터 나를 분리시켜 공부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부모님,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고는 하나 아이들 음식(반찬이나 간식), 병원과 약 챙기기, 학교 및 학원 뒷바라지 등 내 손을 꼭 거쳐야 하는 것들이 있기에 최소한의 책임을 다한 후에는 과감히 집에서 나와야 한다. 집에 있을 때는 엄마, 집 밖을 나왔을 때는 수험생으로 온&오프를 명확히 한다.
둘째가 백일이 지나서야 밤에 누워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슨 백일 무렵까지 밤 동안 나와 시어머니가 교대로 아이를 안아재웠다는 말씀. 분리수면, 통잠 재우기 이런 거 나라고 안 해보고 싶었겠냐만. 손녀사랑 그득한 시부모님과 살아보시라. 우는 꼴을 10초도 못 넘기신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 많이 타고 사랑 듬뿍 받으며 영아시기를 보냈다. 둘째가 드디어 누워서 밤잠을 자게 되니(8시간 통잠 이런 거는 꿈도 못 꿔봄) 먼지가 쌓여가는 임용책이 레이더망에 걸린다. 눈물 나게 고맙게도 우리 둘째는 젖병도 거부하네. 분유값 아껴서 학원수강증 끊으라는 거지? 누구도 수유는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빼도 박도 못하는 밀착육아 속 수험생활이 이어진다. 둘째가 누워 노는 시간에 눈 맞춤 한번 책 한 줄 밑줄 쫙~ 낮잠 자는 시간 틈틈이 진도를 빼 본다. 하지만 귀염둥이 아가가 옆에 있는데 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거기다가 수유해야지, 트림시켜야지, 기저귀 갈아야지 엄마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엄마 오프, 수험생 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 불현듯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북카페가 떠올랐다. 생각에 멈추지 말고 바로 실행할 것. 어머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랑의 눈빛으로 온 정성을 다해 수유를 한 후 뒤돌아보지 않고 북카페로 향한다.
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옵니다.(수유텀아 길어져라 제발)
수험생의 시간을 알리는 디카페인 커피 한잔 놓고 오늘 공부할 분량을 확인 후 책 속으로 빠져든다.
책상도 넓고 책 읽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공부하기 좋았던 북카페. 커피맛도 내 입에 딱. 북카페에서 짬공부를 하던 시절을 생각하니 고마운 분이 떠오른다. 같은 단지 내 사시던 우리 첫째보다 한 살 많은 아이의 엄마였는데 북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무슨 공부하냐고 물으시기에 잠시 이야기를 하니 그분은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것. 당근케이크를 슬쩍 테이블 위에 놓고는 눈 한번 찡긋하시고 유유히 사라지신. 후에 만나면 커피와 케이크를 꼭 대접하고 싶었는데 바쁜 수험생활을 지내다 보니 그새 이사를 가신 건지 그때 이후로 뵙질 못했다.
OO어머니, 그 당근케이크 맛은 제 마음에 아직도 남아있어요.
힘들 때마다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다 하며 힘을 냈더랬지요.
언제가 어디서든 한 번쯤 다시 만날 날이 있지 않겠어요?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놓고 감사 전할 그날을 기대해요.
둘째가 어느 정도 크자 북카페 공부는 성에 차지 않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니 구립도서관, 주민복지회관의 독서실 등이 있다. 구민을 위해 공부환경을 이렇게 조성해 놓았다니. 차도 많고 공기도 안 좋아 애들 키우기 안 좋은 동네라던 불평이 쏙 들어간다. 독서실은 아이들의 스케줄, 시부모님 상황에 맞추어 유동적으로 이용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있고 싶지만 독서실을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첫째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등교할 때 나도 같이 가방을 메고 나왔다. 하교시간까지 공부하고 첫째를 데리고 집으로 귀가하는 루틴. 그동안 이제 세 살 된 둘째는 할머니랑 교회도 가고 공원도 가고 마트도 가고. 성경공부반 최연소 어린이였다. 지금도 가끔 교회에서 뵙는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유모차 타고 할머니랑 왔던 애가 이렇게 컸어?" 기억에 없는 둘째는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지만 난 또 그 시절이 생각나 어쩐지 가슴 한편이 저릿해진다.
수험생활이 길어지면서 둘째를 시부모님께 계속 맡기기가 죄송스러워졌을 때는 저녁시간에 독서실을 갔다.(아이가 너무 어리다는 생각에 어린이집에 쉬이 보내기가 어려웠다.) 오후에 저녁준비를 부지런히 해놓고 남편이 퇴근하여 현관문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방 들고 튀어.
엄마가 옆에서 책을 읽어주어야 잠이 드는 아이들이라 10시 전에는 돌아와야 했지만, 오전에 둘째랑 문화센터도 가고 첫째 학교에 책 읽어주기 봉사도 가느라 몸은 피곤했지만, 이게 대수냐. 독서실의 신데렐라가 되어 유리구두 짝을 찾으리라.
직강 VS 인강
시간 절약을 위한 인강이냐, 현장감과 집중을 위한 직강이냐를 놓고 짧지 않은 고민을 했다. N수생 짬밥으로 인강, 직강을 모두 경험해 보니 아무래도 직강이 적합하더이다. 나의 경우 인강은 바쁜 마음에 배속을 높여 듣느라 강의 내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고, 노량진 오고 가는 시간을 절약하는 만큼 순공 시간이 늘지 않는 현실에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었기에. 자신의 공부스타일과 끈기력, 집중력, 효율성 등을 감안하여 직강이든 인강이든 선택할 것.(독학도 잠시 해보았으나 새로운 정보나 시험동향을 알기 어려우니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고, 당최 진도가 나가질 않아 짧게 끝났다. 자기주도학습이 이래 어렵습니다.)
1시간 일찍 가도 앞에 앉기는 힘들었던 노량진 임용학원. 종일 수업을 대비한 개인방석 준비도 필수. 일주일의 하루, 토요일은 온전한 수험생 ON의 날. 직강수업 들으러 노량진 가는 날이다. 금요일 밤부터 마음이 설렌다. 내 평생 학원가는 날이 이렇게 기다려질 일이었던가. 아이들 걱정, 밥 걱정 모두 내려놓고 내 할 일, 공부만 하면 되는 심플한 날이어 서일게다. 보통 직강 수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여기서 나만의 팁, 강의 시간보다 학원에 1시간 일찍 도착하고, 강의 후 1시간 늦게 강의실을 나서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밀린 공부를 하거나 다음 주까지 기한인 교직논술 1편을 미리 쓴다. 어차피 아이들은 남편이 종일 책임져 줄 것이기에 최대한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강의 후 2~3시간 더 공부하고 오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기에 딱 1시간으로 제한을 두었다. 30대 후반, 아이 둘 낳은 여자사람의 몸은 덩치만 건장하다. 2시쯤 넘어가면 허리를 바로 세울 수 없고 감기는 눈을 뜨기 위해 여기저기 몸을 주무르게 된다. 종일 공부와 저질체력과 잠과 사투를 벌인 훈장으로 떡진 머리와 다크서클 그윽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 창에 비친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무거운 가방에 뻐근한 어깨를 부여잡고 현관문을 열자 어머님의 진한 김치찌개 냄새가 기분 좋게 코를 자극한다. 수고했어 오늘도.
그 외 자투리공부 팁
둘째가 하루에 낮잠을 두 번 자던 시기, 아이 재우다 같이 잠들 때 그 시간이 어찌나 아깝던지. 낮잠 시간 맞추어 동네 공원에서 놀다가 유모차 셔틀로 재웠다. 아이가 자는 동안 공원 벤치에 앉아 단순 암기 자료 외우기. 중얼중얼 입으로 뱉어보기도 좋고, 따뜻한 햇살에 비타민D도 합성하고, 기분전환도 되고. 1석 3조다.
밴드 인증스터디 참여하기. 유치원임용시험의 경우 개론, 각론 공부뿐만 아니라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학교안전법 등의 각종 법과 방대한 장학자료 등을 봐야 하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많다. 법, 안전, 장학자료 등을 세분화하여 문제내고 푸는 인증 스터디를 꾸준히 하였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정말 정말 안 외워지는 개념이나 학자 이론을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 나의 시선이 잠시라도 머무르는 곳에 붙여두고 자주 눈에 익혔다. 싱크대 위 상부장, 화장실과 화장대 거울, 현관문, 방문 등. 알록달록 점점 지저분해졌지만 눈 감아주신 어머님 감사해요.
초수생이든 N수생이든, 육아맘이든 일병행이든, 수험생의 시간은 동일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최적의 공부환경을 조성해 간다면 그 어떤 조건이 되었든 내가 꿈꾸고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결국은 실현되리라 믿는다. 백일이었던 둘째가 초1이 된 2024년, 새로운 꿈을 위해서 둘째 학원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며 오늘도 글과 책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엄마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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