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 기간제 베프?
30대에 베프가 누구인지 질문하는 것이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대, 자신의 상황 등 이런저런 것을 따져서 필터를 한번 걸치고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가끔이라도 만나서 편하게 이것저것 얘기할 수 있는
생각해 보니 길게 만난 남자친구들이 당시 내 베스트 프랜드였던 것 같다.
굳이 나 자신을 위로하자면 은근히 그런 여자들이 많다.
남자친구와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스타일.
그러다가 몇 년 후 헤어지면 갑자기 연락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사랑에 빠져서 친구들과 점점 멀어진 적도 있었다.
잠수까지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않거나, 바쁘다고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길게 만난 남자친구가 3명 정도인 것 같다.
그 사람들과 헤어진 후, 직후에는 힘들고 혼자라고 느껴졌지만 서서히 친구들과 더 어울리며 나름 재밌게 보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다시 친구들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스웨덴에 정착 후, 새 친구를 사귀는 것도 꽤 어려웠다.
스웨덴에서 산지 3년이 조금 넘은 지금.
회사친구를 제외하면 만나는 친구들은 다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스웨덴 친구들은 여자들만 쓸 수 있는 앱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프로필을 올리고, 마음에 드는 여자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레즈모임 아님)
모임을 만들 수도 있고, 참여할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북클럽, 커피모임, 운동이나 뜨개질 모임 이외에도 콘서트나 여행을 같이 가자고 올리는 사람도 있다.
나는 EDM 콘서트 그룹과 30대 푸디그룹에 들어갔다.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이것저것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해진 것 같다.
물론 내 스웨덴어 레벨로 내가 길게 말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외국인 찬스를 많이 쓴다. 영어를 섞어가며.
남자친구가 있어도 결혼을 해도 이런 생활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어렸을 때처럼 모든 것을 같이하는 베프가 아니더라도 서로 시간을 맞춰 지속적으로 만나는 그런 친구들.
물론 12년 동안 동고동락한 내 고양이가 내 베프인 것 같기도 하다.
집 밖에서는 하지 못할 소리를 그동안 고양이에게 하소연해 왔다.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내 고양이가 내 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