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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담 Nov 19. 2024

7화. 희미한 위안



  진료실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영남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어제 보호자와의 갈등이 마음 한구석을 짓눌렀고, 그의 신념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차트를 정리하고, 다음 환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제가 너무 늦게 인사를 드리러 온 것 같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 아들이 이제 회복 중이에요."



  뜻밖의 감사 인사에 영남은 잠시 당황했다. 그는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그녀에게 그만한 도움이 되었을까? 그저 매일 반복되는 진료 중 하나였을 뿐인데….'



  중년의 여성은 자리에 앉으며 영남이 차트를 바라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제 아들은 몇 달 전 이곳에서 큰 수술을 받았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두려워서 기대조차 하지 못했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늘 진심으로 아이를 살펴주신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녀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깊은숨을 들이마신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이 이전에 회진을 도시면서 제 아들 상태를 조목조목 설명해 주셨던 걸 기억해요. 그때는 제가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차근차근 이해시켜 주신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어요." 그녀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 손을 잡아주시면서 '잘 될 겁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몰라요. 그날 밤만큼은 정말 평안하게 잠들 수 있었어요."



  그녀는 영남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수술 후 처음으로 우리 아이가 웃었어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웃는 모습을 보고 정말 살 것 같았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영남의 마음 한구석에서 묵직했던 무언가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진심 어린 감사는 그의 내면에 작지만 강렬한 파문을 일으켰다.



  영남의 머릿속에는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만난 환자의 손을 잡으며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했던 기억. 그 환자의 미소가 그날 내 하루를 밝혔던 작은 빛이었다는 것을, 영남은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영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는 그저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드님이 많이 나아졌다니 저도 기쁩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작고 미묘한 떨림이 담겨 있었다.


  

 진료가 끝나고 그녀가 진료실을 나서려는 순간, 영남은 잠시 망설이다 다짐하듯 말했다.

 “아드님께서 완전히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버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성은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이제야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떠난 뒤, 영남은 진료실에 홀로 남아 깊은숨을 내쉬었다. 어제의 갈등과 고뇌로 짓눌렸던 그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진료실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영남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나는 아직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감사가 그 질문에 단 하나의 희미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쉽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진심으로 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좋은 의사로 남는 길일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비록 흐린 길 위에도, 한 줄기 햇살이 서서히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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