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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담 Nov 22. 2024

8화. 길을 찾는 기도




  늦은 저녁, 영남은 병원을 나와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루의 진료를 마쳤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어제 보호자와의 갈등으로 받은 상처와 오늘 환자 보호자로부터 받은 감사 인사로 느낀 따뜻함이 교차하며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성당 입구에 다다르자, 어두운 하늘 아래 은은하게 퍼지는 촛불빛이 그의 발걸음을 부드럽게 이끌었다.



  성당 안은 고요했다. 촛불의 희미한 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타고 벽에 흐르고 있었다. 그 고요함은 흔들리는 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영남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기도를 올리려 했지만, 어제와 오늘 사이의 감정들이 파도처럼 몰아치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환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병원의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부품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 처음 흰 가운을 입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노라 다짐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제 그 다짐은 병원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처음엔 의무감에 시작한 기도였다. 그러나 점차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 어린 간절함이 흘러나왔다.



  "주님, 제가 걸어온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일까요?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제 초심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다짐이 아직 제 안에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어제의 차가운 말들과 오늘의 따뜻한 감사 인사가 교차하며 그의 내면에서 작은 울림을 남겼다. 오늘 만났던 보호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건넸던 눈물 어린 감사의 말은 마치 그를 감싸 안는 듯 따뜻했다.


  

  "영남 씨, 진정한 의사란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 마음이 환자들에게 닿는다면, 의사로서의 사명은 변하지 않아요." 신부님의 조언이 문득 떠올랐다. 효율과 수익을 강조하는 병원의 요구 속에서도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하려는 자신의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기도를 마친 그는 눈을 감고 성당 안에 흐르는 차분한 공기에 몸을 맡겼다. 비록 길이 험난하고 흔들릴지라도, 여전히 지켜가고자 했던 신념이 의미 있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초심은 흔들릴 수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영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성당을 나섰다. 밤하늘에는 은은한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빛은 마치 그의 길을 비춰주는 작은 등불 같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그는 다시 다짐했다. 자신이 걸어가는 이 길 끝에서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초심을 지키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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