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희에게

내 말 꼭 들어. 후회할 선택 하지 마. 나를 지켜야 해.

by 살피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너는 절대 그 학교에 가면 안 돼. 만약 네가 그 학교에 배정이 되었다면 전학을 가서라도 무조건 피해. 길에서 그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을 만나면 무시해야 해. 네가 학생을 인식하지 않으면 무사히 지나칠 수 있을 거야. 너는 똑똑하니까 내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어. 그렇지? 네가 나를 무조건 믿으니까 말하는 거야. 내 말은 의심하지 말고, 믿어야 해.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시간이 없으니 중요한 것만 말해줄게. 그 학교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알고 있지? 아마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뉴스 헤더에 XX고등학교 실종 사건이 올라갔을 거야. 고등학생 실종도 아니고 학교에서의 실종 사건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학교 안에서 학생이 실종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런데 그 사건이 일어나 버렸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게. XX고등학교엔 귀신들이 살고 있어. 그 귀신들을 ‘원귀’라고 불러. 한마디로 이승에 한이 맺힌 귀신들이지. 그런데 그 원귀들이 XX고등학교에 득실댄다는 거야. XX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실종된 건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야. 불과 몇 년 전에도 학생이 실종되었지만, 하루 만에 돌아왔으니 실종이라고 하지 않는 거야. 원귀들은 학생들을 노리고 있어. 하지만 누가 이 학교에 원귀가 있는 줄 알고 입학하겠니? 그래서 내가 너에게 알려주는 거야. 절대, 절대로 오지 마.

아까 말했던 뉴스 있지? 며칠 뒤에 새로운 기사가 하나 뜰 거야. 학교에서 실종되었던 학생은 강당 창고에서 구조되었지만 얼마 못 가 사망했다는 기사 말이야. 그 학생은 구조되었을 당시 이상 행동을 했대. 강당 창고 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게 문을 막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어.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천박한 말들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부모님 얼굴도 못 알아봤어. 교무실에 있던 예전 졸업사진을 보고 친구라고 하면서 사실 자기는 이미 고등학교를 한참 전에 졸업한 나이라고 하기도 했어. 학생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순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렸나 봐. 결국에 죽고 말았지.

XX고등학교의 끔찍한 사실을 하나 알려줄게. 학교에 살고 있는 원귀들을 만만하게 보면 안 돼. 학생 한 명을 실종시킬 정도의 놀이만 하는 것도 아니야. 더 심각한 건, 원귀들은 학생들의 몸을 노린다는 거야. 실종되었다던 학생은 귀신이 들린 채로 발견되었어. 맞아. 원귀 중 하나야.

네가 살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48년 전, XX고등학교에선 화재가 발생했어. 그 화재로 많은 학생이 죽고 다쳤지. 그렇게 죽은 학생들은 원귀가 되어 학교를 헤매고 있어.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들이 억울해서 미치겠는 거야. 그래서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들을 숙주로 삼아 생을 이어가. 그게 XX고등학교에서 원귀들이 하는 짓이야.

난 너에게 경고하려고 해. 이제부터 내 얘기 잘 들어. 그저 받아들이고 내가 하란 대로만 하면 돼. 예전에 XX고등학교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당시 목숨을 잃었던 학생이 있어. 아직도 XX고등학교를 떠돌고 다니는 중이야. 그 학생의 이름은 ‘이제희’라고 해. 알아. 이상한 거. 네 이름이랑 똑같지?

안타깝게도 네가 1년 뒤 XX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면 ‘이제희’라는 원귀는 무조건 너를 노리게 될 거야. 그는 49년 동안 너만 기다렸어. 완전한 몸을 가지고 싶었거든. 그러니까 XX고등학교의 입학만은 꼭 피해야 해. 그는 매 순간 너를 지켜볼 거야. 이미 네가 학교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너에게 달라붙어 잠들 때까지 따라다니게 될걸? 너는 ‘이제희’의 꿈이야. 그가 절대 너를 알아볼 수 없게 숨어야 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난 지금 불타는 복도 옆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종이는 불에 잘 타니까. 아주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해주신 말 기억하지? ‘염원하는 시절을 떠올리며 불에 뛰어들면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난 그대로 하는 중이야. 마침 내 옆에 불이 있기도 하고. 어떤 못된 귀신이 학교에 불을 질렀나 봐. ‘이제희’는 이 기회를 통해 나를 노리고 있어. 아마 내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나를 범인으로 몰아세울걸? 그러니까 네가 꼭 미래를 바꿔줘. 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싶지 않거든. 내가 꼭 이 편지를 보고 XX고등학교에 가지 않으면 좋겠어. 내 소원이야. 내 말 꼭 들어. 후회할 선택 하지 마. 나를 지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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