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울고 있을 고양이는 나의 안정을 빌어줬다
*본 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폭력 등)
길거리엔 시야에 들어오는 고양이 학대 금지 포스터가 나날이 늘어났다. 포스터에 첨부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가 된 고양이 사체였다. 열 발작에 한 꼴로 붙어 있는 포스터는 이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온 힘을 다해 알려주고 있었다. 왠지 재활 센터로 가는 길에 우울함이 돋아났다. 나는 무거운 다리를 끌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작년에 팔꿈치 수술을 한 이후로 꾸준히 재활 센터에 다니고 있지만 내 팔꿈치는 멀쩡하던 시절의 모습을 잊은 듯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내 몸도 포함된다는 건 꽤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나는 괜히 아무 잘못 없는 다리를 주먹으로 치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날에 평소처럼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를 위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왼쪽 팔꿈치에 옅은 통증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는 힘이 빠져 책을 떨어뜨렸고 조용한 곳엔 금방 소음이 번졌다. 팔을 접었다 펴니 팔꿈치 쪽 근육이 뒤집힌 느낌이었다. 어딘가 어긋난 신체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숨기고 반대쪽 손으로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통증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계속되었고 난 결국 수술을 권유받을 수밖에 없었다. 팔꿈치의 곪은 염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수술대에 눕고 마취가 시작되자 난 흐릿한 기억을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기억 속엔 손을 바닥에 짚지 못해 팔꿈치를 박아놓았던 내가 보였다.
어린 시절, 옆집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민들레 홀씨 같은 작은 몸은 한 손에 알맞게 들어왔다. 새끼 모습으로 우렁차게 우는 모습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러나 고양이를 반기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그건 내 아버지였다. 항상 모두가 자는 시간에 일어나던 아버지는 모두가 잠든 밤 집에 돌아왔다. 나조차 아버지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운이 나쁜 날이었다. 유독 집에 일찍 돌아온 아버지의 눈에 고양이가 발각됐다. 나는 잽싸게 고양이를 안아 들고 아버지를 피해 방구석으로 달아났다. 뒤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의 털과 맞닿은 내 손은 축축해졌고 더 이상 숨을 곳은 없었다.
그때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나를 어떻게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내가 벽 쪽으로 밀쳐지고 바닥에 굴렀던 건 기억이 난다. 어떻게든 고양이가 다치지 않게 하려 내 팔은 다소 결박되어 있는 모양새로 고정되어 있었다. 팔꿈치는 모서리에 부딪히고 바닥에 박히고 아버지의 발에 걷어차였다. 그럼에도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 방에 전시되어 있던 유골함을 바닥에 내던졌다. 어쩐지 아버지의 입에서 알코올 냄새가 났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깨진 유골함 조각을 들고 위협하는 아버지를 영원히 회피했다. 결국 급격히 힘을 써서 너덜너덜해진 내 팔은 몸을 지탱하지 못했다. 지옥 같던 밤이 지나고 눈을 뜨니 내 손에 압박되어 숨을 쉬지 못하는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의 털은 축축했다.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직도 아버지의 인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건 고양이의 마지막 보은인 걸까. 결국 상처는 팔꿈치에 자리 잡았다. 재활 센터에서 선생님의 구호에 따라 밴드를 당기자 팔꿈치가 욱신거렸다. 재활 센터는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앓는 소리만 빼면 아주 평화로웠다. 시설은 깨끗했고 좋은 냄새가 났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어린 시절 폭력이 난무했던 집안은 시끄럽고 더러웠다. 항상 이런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만이 나에겐 고요였다. 나는 귀 아픈 곳을 벗어나 들리는 소리라곤 책장을 넘기는 소리밖에 없는 도서관에 뿌리를 내렸다.
사서가 된 후 하루 종일 책을 만졌다.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고양이의 부재를 느꼈다. 내가 팔꿈치의 통증을 느끼고, 재활할 때까지 새끼 고양이는 내 머리 한구석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영원히 울고 있을 고양이는 나의 안정을 빌어줬다. 핸드폰 팝업으로 길고양이 연쇄 학대범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나는 눈에 박힐 듯이 봐오던 포스터가 점점 사라져 가는 걸 상상했다. 포스터 속에 죽어있던 고양이들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새끼 고양이와 같이 뛰어놀았다. 그제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있던 팔꿈치의 상처가 옅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