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stay young

4화. 기차여행

by 제난희

기차를 능숙하게 이용하는 할아버지다.

표와 자리를 연신 확인하는 젊은 여행객들과는 달리, 영할아버지는 거침없다.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승객들이 부쩍 많아졌다. 아무래도 새로 생긴 기차 덕분이다. 3시간 조금 넘게 가면 이제 강원도에 도착할 수 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무궁화호를 타고 7시간은 족히 갔었다.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도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포항을 지나 영덕과 울진 구간에 들어서면 비로소 동해 기차여행의 진가를 발휘한다. 푸르고 깊은 바다색을 품은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절경이다. 부산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바다색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 오늘따라 더 맑고 푸르며, 여러 빛깔을 보여준다. 가슴이 뻥 뚫리는 장관이다.


할아버지는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창밖을 뚫어져라 본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이렇게 좋을 때, 노래가 빠질 수 없지.’



할아버지는 버스를 탈 때와는 다르게, 기차에서는 창가를 선호한다. 대각선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는 잠에 취해 있었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좋은 순간을 놓치다니, 안타깝구먼.’


할아버지는 신이 났다. 이 맛에 기차를 탄다. 막힘없이 뻥 뚫린 창으로 보이는 동해의 바다와 마을, 숲을 지나칠 때면 영화보다 재미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다. 집에서 몇 개 챙겨온 초콜릿과 비스킷, 낱개 포장된 것들이 투명 비닐 속에서 하나둘 나온다. 포장지를 뜯어 껍질은 다시 비닐 속에 넣고, 입안에 하나 넣었다.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할아버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잠시 혈당 관리를 내려놓는다. 혈당은 잠시 오르겠지만, 초콜릿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 사라진다. 귓가에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베토벤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리듬에 맞춰 기차도 쉬지 않고 속도를 낸다.



살짝 잠이 들었을까, 벌써 삼척이다. 곧 있으면 도착이다.


영할아버지는 핸드폰을 꺼냈다. 가족 단톡방에 자신이 도착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앱을 켰다. 도착할 시간을 알고 있던 사위는 이미 메시지를 보내두었다.


[아버님, 오고 계세요? 어디쯤이세요?]


‘우리 사위만한 사람이 또 없네.’


할아버지는 답장을 보냈다.

[삼척이네. 혹시 픽업 와 줄 수 있겠는가?]


[그럼요, 저는 벌써 역이에요. 조심히 오세요.]


항상 미리 와 있는 사위다. 딸은 일하느라 바쁜지, 아버지가 오는 걸 기억은 하고 있는지 연락이 없다.


아들 같은 사위는 흔치 않다지만, 가끔은 딸보다 나은 사위가 있어서 동해 오는 길이 편하다. 귀여운 토끼 같은 손녀들과 듬직한 착한 늑대 사위, 잔소리쟁이 딸을 곧 만난다.


창밖 풍경이 빠르게 스쳐 간다. 역이 가까워온다.

영할아버지의 가슴은 다시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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