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stay young

6화. 아침

by 제난희


눈이 떠졌다.

어제는 긴 하루였다.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손녀들의 환영에 피로가 녹았다.


따뜻한 물에 씻고 침대에 누워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오랜만의 숙면이었다.


조금 더 자도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눈이 떠진다.

시간은 새벽 여섯 시다.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역시나 다른 가족들은 조용히 자고 있고,

그들을 깨우지 않으려 조심조심 출근 준비를 하는 사위다.


“일어났는가?”

“벌써 일어나셨어요? 저 때문에 깨신 건가요?”

“아니야, 나는 이때 일어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러시군요. 전 이제 출근할게요.”

“뭐라도 좀 먹고 가는가?”

“아니에요. 아침은 안 먹어요. 공복이 좋아요.”

“그래도 뭐라도 먹고 가지.”

“괜찮아요. 조금 더 쉬고 계세요~ 다녀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


영할아버지와 사위는 그들만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문을 살살 닫고 나가는 사위의 모습이 안쓰럽다.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놓고 모두들 방문을 열어놓고 잔다.

침대에서 손녀와 함께 자는 딸아이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다.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이곳은 할아버지의 공간이 아니기에, 그들의 룰을 따라야 한다.

젊은이들의 룰.


너무 일찍 일어나지 말기.

지금 내가 깨우면 딸아이는 화를 낼 것이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다시 올 리가 없다.

잠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누웠다가 일어났다.

방문을 닫고, 아주 작은 소리로 클래식을 틀었다.

책을 펼쳐 든다.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 모양이다.

7시 15분.


그들의 알람은 7시부터 울렸는데,

그들은 7시 15분이 되어서야 알람을 끈다.


‘나도 귀가 어둡지만, 나보다 더 어두운가 보다.’

할아버지는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늦을까 봐 걱정되어

7시가 넘어가는데도 일어나지 않으면 깨웠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다~ 듣고 있었어요. 일부러 안 일어난 거예요.”


이건 어느 나라 말인가.

할아버지는 생각한다.


‘분명 내 딸이 맞긴 맞는데,

이 생명체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세상 논리적인 척은 다하면서,

사실은 가장 논리적이지 않다.’


할아버지는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다.

항상 묘하게 그녀가 이기기 때문이다.

이젠 이런 에너지를 사용하기엔 너무 늙었다.

에너지는 아껴 써야 한다.


이곳은 그의 세상이 아니니까.



“할아버지~!”

방문이 열리고 손녀들이 아침 인사를 한다.


“일어났어? 잘 잤어?”

두 손녀가 한꺼번에 안기면,

할아버지는 팔을 있는 힘껏 뻗어 안아준다.


“할아버지, 우리 학교 가야 해요. 가기 싫어요~ 할아버지랑 더 있고 싶어요!”

“그래그래, 가야지~ 학교 다녀와도 할아버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정말요?”

둘째 손녀의 눈이 반짝인다.

“그럼그럼~”


첫째 손녀는 그런 둘째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둘째 손녀는 할아버지의 공식 강아지다.

할아버지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


손녀들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딸아이는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빵을 굽고, 우유를 컵에 붓고, 과일은 조금 잘라 접시에 올려둔다.


아이들은 각자 접시와 우유 한 컵을 들고 식탁에 앉는다.

보통은 책을 보며 조용히 먹는다지만, 오늘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 손녀는 먹는 둥 마는 둥, 말하느라 바쁘다.

“김 봄! 시간 얼마 없어, 밥 먹어!”

“눼에~”

“그래그래, 얼른 먹자. 우리 봄이 안 본 사이에 많이 컸네!”

“우리 여름이도 많이 컸네. 이제는 숙녀가 다 된 것 같아.”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현관에서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아파트 복도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래, 잘 다녀오렴~”

“할아버지, 진짜 집에 있어야 해요!”

“그래~”


그렇게 아이들을 배웅하고, 다시 집은 조용해졌다.


“아빠, 잘 주무셨어요?”

“그럼, 잘 잤지. 아침은 너 먹니? 김서방은 아침 안 먹고 출근하더라.”

“아침 뭐 간단히 먹어도 되는데, 공복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침에 나는 야채랑 달걀 좀 볶아서 먹을 건데, 너도 같이 먹자.”

“오, 좋아요. 나야 아빠가 해주는 건 다 맛나죠.”

“그래, 그럼 같이 먹자.”


할아버지는 냉장고에서 야채 몇 가지와 달걀을 꺼냈다.

도마 위에 야채를 올려 가지런히 채를 썰고,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야채와 달걀을 함께 볶았다.

손녀들이 남겨둔 빵을 살짝 데워 접시에 함께 담았다.


딸아이는 커피머신을 켜고 커피를 내렸다.

이 집엔 좋은 스피커가 있는데, 딸아이의 취향이 담긴 노래가 흘러나왔다.


딱히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 각자 아침 식사를 함께 준비했다.

식탁은 그럴듯하게 차려졌고, 둘은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오, 맛나는데요.”

“소금이 내가 쓰던 소금이 아니라서, 간이 어떨지 모르겠네.”

“맛나요. 아침 저는 늘 애들이 남긴 거 대충 먹는데, 오늘은 근사하네요.”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이랑 같이 이렇게 아침에 야채랑 계란이랑 볶아서 먹어.

계란에 영양분이 풍부하잖아.”

“맞아요, 이렇게 먹으면 참 좋은데.”


‘오, 내 말에 수긍하다니.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잘 챙겨 먹어야 할 텐데,

젊은이들의 삶이 그렇지.’


딸아이가 잔소리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들의 평소 생활을 잠시 함께 해보니,

자신의 젊은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할아버지는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잘 챙겨 먹어.”

“네, 아빠가 와 계시는 동안은 제 아침은 아빠와 함께할게요.”


영할아버지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딸아이의 아침 담당

자연스러웠다.

무서운 그녀이다.



“여름방학 때 아이들에게 볶음라면을 해줬는데, 둘째가 토한 적이 있었어요. 병원까지 갔는데, 거기서 도대체 뭘 먹였냐고.”

“병원? 아니, 라면은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날 텐데. 그냥 끓여주지 그럼, 왜 볶음라면을 해준 거야?”

“그냥 라면 끓이면 건강에 해로우니까요. 볶음라면은 야채랑 소시지랑 이것저것 골고루 영양분을 채워 넣으니까요! 그리고 참 이해가 안 돼요. 분명 레시피대로 했거든요.”

“아휴, 왜 그럴까? 차라리 그냥 끓여서 주지.”


영할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진심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의 걱정이 가득 담긴 한숨이었다.


“하지만 전 요리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이쿠, 그 말이 더 무섭다.”

“김서방에게 항상 잘해.

너는 김서방 아니었으면 굶어 죽었겠다.”

“잘하고 있어요. 항상 감사해하고요.

요리라는 게 정말 어려운 건데 그걸 다 해내니!

하지만 저도 마음먹으면 잘할 수 있어요!”

“그 마음을 먹지 마렴.”


할아버지는 풋 하고 웃었다.

“웃지 말라니까요! 저 진지해요!”

딸아이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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