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과일 사세요~~ 사과, 귤, 딸기~
싸고 좋은 과일 많이 있습니다~
과일 아저씨의 우렁찬
마이크 소리가 동네를 뒤덮는다.
3살 막내가 과일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창가로 달려가서
다급하게 손으로 가리킨다.
'까일 까일!!'
과일을 좋아하는 막내는
과일 아저씨의 목소리를
벌써 저 멀리서부터 듣고 알아본다.
'빠리 빠리!!'
어서 빨리 가자면서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막내의 등쌀에 일단은 지갑을 먼저 꺼내본다.
아.. 현금이 아슬아슬하게 들어있다.
요즘은 거의 카드나 스마트폰 페이로 결제를 해서
현금을 잘 안 가지고 다니게 된다.
이 돈으로는 과일 조금밖에 못 사겠다.
요즘에 과일이 비싼데..
종류는 뭐가 좋을까, 아님 다음에 살까..
고민하면서 선뜻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미 현관 입구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막내에게 말했다.
'오늘 돈이 별로 없는데
우리 다음 과일 아저씨 올 때 사러 갈까?'
막내는 아무 대답 없이 바로 방으로 달려간다.
방에서 뭔가를 찾는가 싶더니
손에 무언가를 가지고 쪼르르 달려온다.
'이고, 이고!!'
손을 펴서 나에게 보여준다.
무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손에 100원짜리가 하나 있다.
막내는 '이걸로 사면되는데 뭘 고민하고 있어요?'
하는듯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순간 웃음이 터진다.
이제껏 고민한 나의 모습이 쑥스러울 정도로
100원짜리 동전이 동글동글 참 귀엽다.
'그래, 이걸로 사러 가자^^'
비록 조금밖에 못 샀지만 잘 골랐는지
이 날따라 과일이 참 달고 맛있었다.
또 한 번은 저 멀리 인도에 사시는
친한 지인 분이 한국에 잠시 왔다가
우리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다과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지하게 인도로 가볼 생각이 없는지 물으셨다.
인도에 가서 여행도 하고
함께 사역도 돕고 하면서
몇 주나 한 달이라도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생각지 못한 질문에 고민하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때 5살 셋째가 옆에서 앉아 있었는데
셋째에게도 질문하셨다.
'네 생각은 어때? 인도에 같이 갈래?'
그러자 셋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럼 잠바 좀 챙겨서 올게요. 밖에 추워요.'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웃음보가 터졌다.
나는 평소에 우유부단하고
잘 결단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결정할 일이 있을 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나를 보며 9살 첫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냥 하면 되는데 왜?'
크고 동그란 눈으로 의아해하며 쳐다보는데
그럴 때면 눈망울이 나를 삼킬정도로
커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서 단순한 마음을 배운다.
복잡한 생각 없이 '그냥'해보는 정신을 배운다.
“그냥 하는 마음. 그게 제일 어렵고 제일 위대하다. (…)
앞으로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하는’ 사람으로,
‘계속하는’ 사람으로 홀드와 오래오래 나란히 함께이고 싶다.”
- 장참미,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부키, 2023) -
'그냥' 하는 마음, 제일 어렵고도
제일 위대한 그 마음.
나도 이 어렵고도 위대한 여정에 함께 하고 싶다.
'그냥' 하기만 하면
제일 어렵고 위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인생은 한편으로는 참 어려우면서도
때로는 쉽거나, 아름답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 하시니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
제자 중 하나 곧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가
예수께 여짜오되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사람들로
앉게 하라 하시니 그곳에 잔디가 많은지라
사람들이 앉으니 수가 오천 명쯤 되더라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아 있는 자들에게 나눠 주시고
물고기도 그렇게 그들의 원대로 주시니라
<요한복음 6:5~11>
예수님의 제자들은 계산을 잘했다.
모인 사람들의 숫자를
대략 파악하여 이만큼 먹으면
얼마만큼의 돈이 든다는 계산을
금방 해내어 잘 대답했다.
다른 제자 안드레도 한 아이의 작은 도시락으로
이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되겠느냐며
눈앞의 현실 그대로를 정확히 잘 이야기한다.
과일을 사러 나가기 전에 지갑을 보고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하던,
인도로 가보자는 권유에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득 생각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말씀 속에 한 아이가 있었다.
추측하건대 이 아이는 아마
무리의 앞쪽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걱정스럽게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단순하게 어머니께서 싸주신
작은 도시락을 들고
'그냥' 앞으로 걸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 작은 도시락에서
오병이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만약 내가 그 아이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는
나의 작은 도시락을 보고 눈을 들어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눈 앞의 현실을 계산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씀 속 아이는
단순하고 순전한 마음으로
'그냥'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 단순한 마음으로
자신의 작은 것을 들고나갔을 때,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나도 이러한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그냥' 해보고 싶다.
완벽하지 않을 것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냥' 시작해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도전해보고 싶다.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냥' 사보고도 싶고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그냥'
훌쩍 떠나보고 싶기도 하고
사과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만나자고 연락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복잡하게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그렇게
'그냥' 해보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Just do it."
오래되었지만 전설적인
나이키의 광고가 떠오른다.
살면서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나의 모습을 볼 때 마음속으로 계속 외쳐야겠다.
Just do it.
(즐거운 막내의 모습)
- 오늘 배운 수업 내용
1.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기.
2. '그냥' 한 번 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