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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작은 구멍, 작은 틈

잠시 멈춤의 용기

by 아르망 Feb 20. 2025


어느 따스한 주말 오후, 3살 막내와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몸으로 놀아주고

장난치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갑자기 놀이를 멈추고 가만히 서서

나의 손목 쪽을 빤히 쳐다보며

'우엉'이라고 말한다.

아직 막내가 말이 서툴러서

제대로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우엉~??' 하고 다시 묻자

아이가 '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다시 놀자고 하길래

다시 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잘 놀던 아이가

 멈추고 가만히 선다.

나의 손목을 물끄러미 보며

다시 '우엉'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무슨 뜻일까 엄청 궁금해졌다.

그래서 마주 앉아 

'우엉이 뭐야?'하고 물었다.

아이가 내 손목을 가리키며 다시 '우엉' 한다.


그래서 손목을 유심히 보다가

드디어 우엉의 정체를 알아냈다!

입고 있던 남방의 손목 단추

바로 옆에 벌어진 부분.

아이는 이게 구멍이 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우엉'은 바로 '구멍'이었다.


내가 이해를 하고 나서

'이거 구멍이야?'하고 묻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아랫입술을 윗입술에 포개고

'힝~~'하는 소리를 내며

진심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큰 웃음과 함께 꼬옥 안아주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막내와의 이 에피소드를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의

작은 변화를 잘 알아보았을까.

얼마나 많은 셔츠 단추 구멍을

무심코 지나쳤을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작은 구멍, 작은 틈들이 있을까.

막내는 어느덧 다시 선생님이 되어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잘 보이지 않던 작은 구멍으로 바라볼 때

거기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틈으로 다시 보게 된 세상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메마른 마음들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가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한 커피의 향기가 이제는

목구멍으로도 사르르 따뜻하게 넘어간다.

입술 사이의 작은 틈으로도 행복한 단어들이

더 많이 나오게 되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보고,

따뜻한 안부 인사를 하고,

곧이어 다정한 말들이 봄꽃처럼 쑥쑥 나온다.


한창 놀고 싶은 마음 용기 있게 멈추고

가만히 서서 단추구멍을 바라보는

아이의 따뜻한 눈길이 떠오른다.


빠른 일상 잠시 멈추고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

공감하는 마음,

진심을 담은 표정과 눈빛.

그런 잠시 멈춤의 용기를

나도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누군가의 마음에 구멍이 나지는 않았는지

잘 살필 수 있는 내가 되면 참 좋겠다.


유리에 작은 구멍만 나있어도

조금만 세게 충격이 가해지면

산산조각이 나게 된다.

유리 같은 마음이 깨지기 전에

소중한 마음 조각조각 나기 전에

미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다정해지고, 조금 더 사랑해야지.

조금 더 용기 내어 말해야지.


그래서 작은 구멍과 작은 틈은

오히려 가치 있는 불완전함이다.


어딘가

작은 구멍만 있어도

작은 틈만 있어도

한 줄기 빛이 비치기 때문이다.


지금 작은 창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오소소

내 마음으로 쏟아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 오늘 배운 수업 내용


1. 작은 구멍, 작은 틈을 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가지자.

    

2. 다정하게, 잠시 멈춤의 용기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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