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가장 짧은 거리
햇살 밝은 주말 오후, 아이들과 함께
집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놀러 갔다.
축구공을 집에서 가져와
서로 공을 차며 주고받는 놀이를 했다.
그러다가 셋째에게 공이 갔다.
아이는 평범하게 공을 차려다 말고
느닷없이 뒷걸음질을 했다.
뒤로 계속 가고 또 가서 뭐 하는가 싶더니
공을 엄청 세게 저 멀리까지 찰 거란다.
계속 뒤로 가고 또 가는데
자세도 정말 세게 찰 기세다.
다들 좀 더 긴장하면서 뒤로 물러나
셋째의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드디어!
멀리서부터 달려온다.
5살짜리의 기세지만 나름 매섭다.
저 결연한 얼굴 표정만 보아도
벌써 기선이 제압되는 듯했다.
한참 뒤로 갔기에
공으로 오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드디어 공에 발이 닿으려는 찰나
모두 순간 긴장하면서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엄청난 의욕으로 공을 차긴 했는데
다리가 좀 짧았던 게 문제였다.
발이 공중에 헛발질만 한 게 아니라
공 위에 착지를 하더니
그만 공과 함께 미끄러지고 말았다.
지켜보던 애들은 완전 대폭소하며 재미있어했다.
나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괜찮은지 물었는데
셋째는 자기도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더 크게 깔깔 웃었다.
모두가 크게 웃었던
즐거운 주말 오후였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집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자,
오늘은 셋째에게 중요한 교훈을
배웠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는 오늘 평소처럼 그냥 공을 차지 않고
한참이나 더 멀리 뒤로 가서
세상 끝까지
공을 차버릴 모양으로 자세를 잡았다.
때문에 지켜보던 우리는 모두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하며
공을 받으려 뒤로 몇 걸음 더 물러섰다.
생각해 보면 삶 속에서
자세를 잡는 게 필요할 때가 참 많다.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얼마나 앞으로 나갈 수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단 모양새를 갖추고 자세를 잡는 것이다.
기도를 하고 싶은 날에는
일단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 손 모으는 자세 잡기.
글을 쓰고 싶은 날에는
일단 책상 앞에 앉아서
깜빡이는 하얀 화면에
무엇이라도 쓰는 자세 잡기.
행복해지고 싶은 날에는
일부러 더 크게,
더 자주 웃는 자세 잡기.
언뜻 생각하면 정신이 몸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때로는 몸도 정신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만 잘 잡아도
주위를 감싸고 있던 공기와 새로운 역사가
좀 더 긴장하며 나와 함께 할 준비를 한다.
몸에서 먼저 자세를 잡고
거기에 적절한 삶의 리듬이 더해지면
우리의 정신도 어느덧 그 길을 따라가며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흐를 것만 같다.
제대로 자세를 잡고 행동을 했는데
내 뜻대로 안 될 때도 많다.
비록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셋째처럼 깔깔대며 크게 한바탕 웃어주고
다시 또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처럼,
의외로 가까운 곳에 기쁨과 즐거움이 많이 있다.
아침에 내린 커피의 향기에, 갓 구운 빵의 향기에,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그 감촉에,
사박사박 산책길에 낙엽 소리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아보는 것에.
그리고 자신을 웃게 만드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은
확실히 우리를 더 웃게 만든다.
이처럼 웃음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세의 중요성이다.
- 오늘 배운 수업 내용
1.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자세를 잡자.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모양을 가지자.
2. 많이, 활짝 웃자.
아이들처럼 웃으려고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