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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리의 어린 봄

숨바꼭질

by 아르망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자, 이제 찾는다!!


우리 집 장독 뒤에 숨었나

흙담 아래 옹기종기 모인 풀꽃들에 숨었나

봉숭아로 물들인 작은 손톱 밑에 숨었나

비탈길 냉이랑 쑥 사이에 숨었나


뒤뜰에 핀 붉은 동백꽃에 숨었나

산책길 개나리에 맺힌 이슬 속에 숨었나

진달래꽃 은은한 향기 속에 숨었나

벚꽃길 흩날리는 꽃잎 뒤로 숨었나


수줍게 올라오는

아지랑이에 숨었나

돋아나는 새싹 언저리에 숨었나

바람에 흔들리던 등대풀 사이에 숨었나


찾기가 너무 힘들어 외친다

못 찾겠다 꾀꼬리~!

두 눈 크게 뜨고 다시 잘 찾아봐!

아, 이제야 찾았다


엄마 등에 업힌 아기 포대기 속에서 찾았지

나 뛰어가던 모습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엄마, 아빠 눈동자 속에서 찾았지

자장가 불러주시던 할머니

포근한 무릎에서 찾았지


겨우내 추웠을 나무 안쓰러워

꼭 안아주던 작은 손에서 찾았지

엄마 손 잡고 가던 시장

뻥튀기 소리에 놀라며 찾았지

내일 소풍 간다고 신나서

챙기던 가방 속에서 찾았지


흙장난하던 고사리 손 털다가 찾았지

술래잡기하며 콩닥콩닥하던 내 가슴에서 찾았지

공기놀이 다섯 꺾기 성공해서 찾았지

말타기 하면서 가위바위보 이겨서 찾았지


국민학교 난로 위 도시락에서 찾았지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국자 바라보며 찾았지

해질녘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에

저녁밥 먹으러 뛰어가다가 찾았지


너무 재미있다

내일 또 하자

우리 평생 같이 숨바꼭질하자

약속!!

담쟁이덩굴 올라가던 집 담벼락에 그리움 하나

꼬리 흔들며 반겨주던 바둑이에 그리움 하나

두 팔 벌려 맞아주시던

어머니의 웃음에 그리움 하나


늘 올라가던 뒷동산에 그리움 하나

학교 가는 길 시냇물 흐르던 풍경에 그리움 하나

시골집 마당 매실처럼 알알이

빛나던 별에 그리움 하나


꿈에서도 그리운 고향의 흙내음

꿈에서도 들리는 그 시절 동무들의 목소리

꿈에서도 가고 싶은 어릴 적 그때 그 시간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찾고 있지

어릴 적 그 약속 지키기 위해

숨겨둔 그리움 오늘도 하나씩 찾으러 가야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이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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