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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보내지 못한

by 아르망

잘 지내고 있나요.


오늘 새로 주문한 신발이 왔습니다.

멋진 모습에 반해

살며시 발을 넣어 보았습니다.


새 신발의 속은 차갑고 어두웠습니다.

마치 나의 발이 어둠 속에서

홀로 서있는 것 같았지요.


길을 잃은 듯

이 신발을 신고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옛 신발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직 온기가 남아 따뜻했습니다.


오래된 음악의 리듬처럼

저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신발을 신고 힘든 오르막을 함께 올랐지.

슬픔을 잊고자 먼 길을 걸어갈 때에도,

기쁠 때도 이 신발을 신고 춤을 추었지.


우습게도 전 마음이 뭉클해져서

신발에게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의 오랜 옛 신발이여,

일어나서 나와 함께 걸어가자.

너와 함께라면 세상 끝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다고요.


저녁노을 수채화처럼 붉게 번지는 시간이면

항상 가던 뒷산 너머 그 작은 오솔길

지금도 걷고 있나요.


끝도 없이 영원하던 그 길,

노을빛을 향해 걸어가던

그대의 발걸음에 맞추어

옛 신발을 신고

나란히 걷고 싶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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