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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숲길처럼

데이트

by 아르망


꽃들이 하얀 새처럼 지저귀며 피어났습니다.

뜨거운 심장처럼 붉게 물든

장미가 두근거립니다.


푸르른 시 하나가 바다 같은 하늘로

퐁당 빠져듭니다.

감귤빛 햇살이 반짝이는 마음을

가득 뿌립니다.


수줍은 네 개의 발이

사박사박 밟는 흙길에서는

걸음마다 설렘이 발자국처럼 남았습니다.


나란히 길게 이어진 그림자는

줄지어선 나무들처럼 하나가 되었습니다.


초록색 잎사귀들도 서로에게 기대어

살랑바람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잎새 끝에 맺혀있던

투명한 물방울들의 목소리조차

미세하게 떨렸던 그날,


손에 들고 있던 분홍빛 아이스크림은

금방 녹아버리고

우리의 시간은 서로에게

천천히 녹아내립니다.


까만 밤하늘을 닮은 그대의 눈동자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꿈을 꾸었습니다.


이 숲길처럼 알록달록한 인생길 끝까지,

함께 손 잡고 걸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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