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대는 5월이었습니다

계절의 뒷모습

by 아르망


그대 멀어지는 뒷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뭇가지처럼 손을 뻗어

새들이 다시 앉기를,

다시 노래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긴 옷자락 햇살처럼 일렁이며 멀어지고

바람조차 작별 인사처럼

차갑게 스쳐갈 때,

우리의 풍경은 조용히 젖어가고 있었습니다.


차마 다하지 못한 말들,

저만치 피어난 길가의 장미처럼

겹겹이 가슴속에 붉게 쌓여갑니다.


멀어지는 연둣빛 그림자

점점 희미해지듯,

그대의 입술같이 피어났던

라일락 꽃잎

하나둘 그늘 속으로 사라집니다.


손 끝에 남기고 간

찔레꽃 향기 맡으며

혹여나 뒤돌아보지 않을까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 있었다가,

잠시 더 서 있다가,

영영 서 있을 것만 같았다가


눈부시도록 하얗게 아름다웠던 기억

초록빛 안에 묻혀버릴까 두려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움직이는 계절처럼,

꽃잎 같았던 사랑의 기억

품에 꼭 안고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갑니다.


찬란하게 웃고 있던 그 모습 따라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처럼,

영원한 햇살 같은 당신을—

여름처럼 뜨겁게 기다립니다.





keyword
이전 11화5월의 숲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