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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위에 남긴 발자국

별빛이 쏟아지는 밤의 해변

by 아르망


마음 안 어딘가에 짙푸른 밤의 해변이

펼쳐졌습니다.


발끝에서 또르르 굴러다니는
은하수의 부스러기는
머나먼 지평선처럼
내 몸과 밤의 경계를
하나로 이어주었습니다.


하늘과 바다, 몸과 밤—
모든 경계가 허물어져
세계가 살며시 섞이려는 그 찰나,


파도가 오래된 기억을 실어와
모래 위에 힘차게 흩뿌립니다.


모래알마다 파도가 가져온

오래된 편지들이

짠내처럼 배어들었습니다.


발끝이 젖어드는 순간,
기억의 노래가
입술 끝에서 아련히 피어납니다.


나는 별빛과 달빛처럼
순수한 노래를 부르며
해변 위에 나만의 흔적,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또 한 번 밀려온 파도는
모든 흔적을 망설임 없이 지워버렸습니다.


야속한 마음에
바다를 향해 외쳐 보지만—
그 울림조차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파도로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파도는 기억을 가져오기도 하고
때론 아무 흔적도 없이

가져가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텅 빈 두 손으로 모래를 가득 움켜쥐고
밤하늘을 향해 쏟아버렸습니다.


그러자,

눈앞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아득한 옛 추억들과
아직 오지 않은 별들의 무리까지
내 곁에서 요정처럼 춤을 춥니다.


아,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해변의 모래알은
모두 별빛을 품고

기억을 간직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이 해변이 진짜 별들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는 순간,


밤하늘의 모든 은하수가 시가 되어

모래 위로 쏟아졌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
파도가 모든 것을 지워 간대도,


내 마음 밤의 해변에는
별과 시,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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