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의 언어
비가 지나간 아침,
잎사귀마다
천 개의 거울이
투명하게 걸렸습니다.
한 방울, 두 방울—
누가 밤새 맑은 실로 꿰어
세상 구석구석에 걸어두었을까요.
그 거울 속엔
수많은 마음들이
작은 바다처럼 가득 차 있었지요.
둥근 물방울 하나는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는 눈물 같았고,
또 다른 물방울은
아이의 반짝이는 눈망울 같았지요.
지구처럼 기울어진 잎새 위를
또르르 굴러가던 물방울은
수줍은 첫사랑의 발자국 같았습니다.
슬프도록 빛나던 물방울은
아직 안녕을 말하지 못한 마음처럼
위태롭게 매달려 있기도 했어요.
저마다의 모양
저마다의 무게
저마다의 이야기.
그렇게 모이고, 스며들고, 이어져
우리의 삶처럼 흘러가는
작은 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고요한 강물은
누군가의 마음을 적시는
빗방울이 되어
세상 구석구석에 다시 내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