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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 킴실 Oct 31. 2024

시각장애인에게 제일 두려운 것

급변하는 시대, 시행착오만이 살 길이다.

AM 07:05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보송보송한 발을 쭉 뻗고 비로소 이불에 쏙 들어가 잠을 청하는 순간까지.

오늘 하루도 어떤 형태의 고난들이 골목 깡패처럼 기다리고 있을지 가늠이 어려운 게 당연하다.

일단 내 코가 석자이고 다른 사람을 잠시나마 빙의해 보는 '역지사지'는 내겐 너무나 사치인걸.


우리 집 둘째는 햄버거에 본인이 싫어하는 축축한 양배추가 들어가는 줄 모르는 걸까?

혹시 알면서 맛있어서 모르는 척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녀는 종종 햄버거 타령을 하곤 한다.

이때만큼은 역시 효녀다. 확실하다

그런 날은 보통 어김없이 나도 진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기)에 진절머리가 나려던 참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마워.


"햄버거? 갑자기? 그래.. 먹자" (룰루라라~~)


못 이기는 척 발걸음을 맥도날드로 향하지만 아이보다 왠지 더 빠른 발걸음의 나.


사진출처: 신아일보(23.09.21.)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2915


가끔 쌔끈한 신상 패스트푸드 가게에나 한 두대 있던 '키오스크'라 불리는 기계덩이.

이 덩이들이 이제 대부분의 영업점을 점령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겐 굉장히 부담스럽다.

굳이 누군가 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빠른 듯 느린 듯 하지만 마침내 우리는 이미 익숙하게 쿠폰을 먹이고 적립까지 야무지게 하면서 결제를 마무리할 줄 안다.(직히 가끔은 헤매죠?)


효율과 기분은 반비례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은 딱 봐도 시각장애인과 연로한 연령층에게는 많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역시 큰 손들은 다르다는 걸 이럴 때 느낀다.

음성 안내 키오스크를 작년에 이미 맥도날드에서 도입했다는데 얘가 어디까지 왔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부 시각장애 관련기관에서는 이런 당황사태에 맞설 수 있도록 이런저런 무기 사용법 교육을 지원하기도 하기도 한다.

발전은 너무 급발진인데 비해 소수약자를 위한 편의 지원 시스템은 늘 한 발 늦어서 씁쓸한 소외감을 실컷 맛보고 나서야 삐진 마음을 살살 풀어주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같은 구조다.


자, 한 번 이참에 시뮬레이션을 해볼까.

볼 수는 없지만 다행히 흰 지팡이는 쓸 줄 알아서 내 구역은 혼자 다닐 수가 있다고 치자.

(이 단계까지 오는 것도 사실 정말 죽을 고비를 몇 번 삼켜야 하는 상황이었을 수 있을 거 같다.)

약간 낮아진 연석을 지팡이 끝으로 찾아 디뎌가며 횡단보도 초입을 겨우 찾았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젤리 더 달라고 엄마 조르는 아이 소리 따위를 목숨줄 단서로 삼고 그들이 건널때 함께 건널 채비를 한다.

이제 목숨을 건 횡단이 시작될 테지만 담담하게 지팡이를 쭉 뻗어보고는


나 건너갑니다. 알아서 조심 좀 부탁드립니다잉


탁! 탁! 두 번 신호주고 평소보다 초조한 걸음으로 터널처럼 길게 느껴지는 교차로를 건너본다.

길을 다 건넌 것 같으니 인도로 올라서 우선 살고 본다.

나름 직선으로 걷느고 걸었지만 역시나 인도 위 펜스에 부딪히는걸 보니 조금 방향을 잃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오케이.

햄버거 하나 사 먹기 참 힘들다. 맥도날드가 이 빵집 옆옆이었던가?(햄버거 봉투를 take-out 해서 나오는 사람과 닫혀가는 문)

문에 떠밀려 주춤하다 방향이 살짝 바뀌었지만 방향 정위에 익숙한 나, 가게 문을 연다.


그다음엔 정확지는 않지만 대충 그쯤에 있을 법한

키오스크 녀석이 무얼 먹겠냐며 무언의 압박과 함께 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당황스럽다. 그냥 다음에 친구랑 같이 와야겠다.


내 친구 깜깜이 아재에게 안부 연락이 닿은 김에 한번 물어봤다.


"샘, 키오스크 써본 적 있어요?"

조금 후 그의 답변 카톡.


"키오스크는 안 써봤음. 아예 시도도 안 했음"


머지 않은 다음에 요즘 빅맥은 질려서 버거 먹으러 다닌다는 그의 푸념을 듣고 싶다.


이젠 눈 감고도 사러 간다 이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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