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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에서 리오네즈(Lyonnias)로 드리프트

by 비읍비읍 Dec 13. 2024

아내의 발자취를 좇는 것을 끝내고 리옹의 명물, 리오네즈의 샐러드를 먹으러 비유리옹으로 TIER를 타고 출발했다. 


한국에서처럼 두 명이서 하나의 킥보드를 타고 움직이는 게 조금은 낯간지러웠지만 나는 킥보드 운전의 초고수이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고 신속하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만약 전날처럼 두 발로 걸었다면 더위에 한풀 꺾여버렸을 거라고 확신하며 열풍을 뚫고 나아갔다. 


목적지였던 곳에 다행히 TIER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아주 편안하게 식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나서 보니까 리옹의 꽤나 유명한 맛집이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블루리본 가게처럼 리옹에서 선정하는(?) 맛집 뱃지를 몇 년 연속받고 있는 가게였던 것이다. 여기에서도 주문은 아내가 불어로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가게 점원이 매우 친절하고 불어를 하는 아내에게 관심을 보이며, 내 기준으로는 쾌적한 여행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리오네즈 샐러드와, 크넬. 아내가 추천해 준 맛집답게 입이 즐거운 식사였다. 샐러드에는 고기도 많이 들어가서 든든했고, 크넬은 약간 짭조름한 크리미 소스(명란바게트 소스 같은 느낌)에 절여진 어묵도 꽤나 맛있었다. 


리옹에 오니 조금은 미식여행으로 돌아선 것 같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는 한층 더 즐거운 여행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 ^^!. 여행하는 지역의 맛집을 다녀보며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니,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이냐며 여행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뿌듯해했다. 리옹에서 아내의 발자취를 다 좇고 나니, 리옹 투어가이드로 변신한 아내가 리옹의 명물 두 곳을 가는 것을 추천했다. 

실내 인형극 관람과 푸비에르 성당 방문. 아내와 비유리옹의 좁다란 길을 걸으며 더위에 익숙해졌는지 뜨거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수다를 떨며 이동을 했다. 곳곳에 있는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걸 즐거워하는 모습이 꼭 산책할 때 주변 냄새를 킁킁 맡는 강아지의 산책을 보는 것 같아 내가 다 즐거웠다. 


미리 예약한 인형극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고서는 내가 올 곳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꽤 협소한 공간에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하는 곳이었던 것 같은데 나와 아내(심지어 유일한 동양인)를 제외하고는 리얼 프랑스 어린이(7세 미만)들이 그들의 부모님 또는 조부모와 함께 방문하는 곳이었던 것 같다. 총 30명 정도 있었는데 어디 가서 이렇게 많은 외국 애기들을 보겠나 싶을 정도의 그런 인파였다.


극이 시작하는데 밖은 더웠고 안은 시원하니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잘 수야 없다고 내 마음을 다잡았는데, 불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있는 넘사벽의 언어다 보니 자장가도 이런 자장가가 없었다..  옆을 보니 아내는 이미 피곤함인지 시원함인지에 푹 빠져 졸고 있었고, 나마저 잘 수 없다는 생각에 허벅지와 어깨를 계속 셀프로 주무르며 알아듣지 못하는 불어를 눈치밥 콧치밥으로 알아들으며 인형극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봤다.  


인형극이 끝나고 나서는 아이들이 인형에 사인을 받으러 가는 건지 줄을 서서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그냥 그런 모습들이 되게 보기 좋았다.  


상상하자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본가에 맡기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조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그런 모습 같아 보였는데, 그 조부모님들이 하나같이 부티가 난다고 해야 하나  꽤나 여유가 있어 보이는 외관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다음 코스인 푸비에르 성당으로 가는 푸니쿨라가 바로 근처에 있어서 이동을 했다. 이곳은 지하철을 타던 푸니쿨라를 타던 대중교통 1회권 1.9유로로 모든 걸 해결하는데, 지하철 탈 때는 매우 비싸다고 생각했던 1회권이 푸니쿨라를 탈 때는 매우 염가처럼 느껴 저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날이 매우 더웠어서 그런지 푸니쿨라를 타는 순간 진한 케밥향에 토악질을 할 뻔했다. 특히 아내가 이렇게 진짜 토를 하기 직전의 상태까지 가는 걸 보고 서로 한참을 깔깔거렸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푸비에르 대성당은 그 규모도 굉장했고 리옹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높은 지대에 있어서 한번 즈음 올라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리옹의 투어가이드 역할을 자처한 아내의 역량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푸비에르 성당에 들어가니 유럽 특유의 스테인글라스나 높은 천고, 화려한 조각 양식들이 매우 볼만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무슨 각 나라의 성모상들을 모두 배치해 놨는지 매우 많은 성모상이 있었다.  어떤 성모상이 더 화려하고 가톨릭을 엄청나게 보이게 할 수 있는지 경쟁하듯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이 정도로 화려한 성모상이면 정말 예수님을 믿는 게 아니라 성모님을 믿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질타에 가톨릭이 전혀 대응하지 못할 것만 같은 화려함이었다. 


푸비에르 성당을 나와 리옹 전망이 쫙 펼쳐진 광경을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땅이 평평하고 널찍하고 기후가 좋으니 문명이 초창기에 발달할 수 있는 조건들이 아니었겠나- 하는 부러움(?)이 들기도 했다. 


푸니쿨라로 쉽게 올라간 푸비에르 성당 언덕을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는데 걸어 내려오는 동선도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특히 아내와 이동하는 중에 전날과 달리 더위를 성공적으로 이겨내며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욱 좋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이제 또 다른 2박을 하러 피렌체로 떠나야 했다. 적당히 아쉬움을 남기고 숙소에서 캐리어를 찾아 리옹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트램을 탔다. 숙소에서 트램 타는 곳까지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바람이 정말 미치게 많이 불었다. 


길거리가 매우 깨끗한 편은 아니었어서 그런지 트램을 타고나서야 아내와 서로 얼굴을 보니 검정 찌꺼기 같은 것들이 많이 붙어있는 걸 보며 한참을 웃었다.  트램을 타고 리옹 빠져나와 외곽으로 나오니, 그곳들은 정말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프랑스는 확실히 절대 아니고 미국의 어느 외곽지역이라던가, 강원도의 어떤 한적한 시골마을이라던가 하는 풍경들이 많이 보였다. 


공항에 들어서니 이제야 문명의 최고 혜택인 에어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공항 내 모노프릭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피렌체로 무탈하게 넘어갔다.


Next episode : 사장님, 피렌체에서 잘나가는거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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