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미글린 잭 6

과거의 베스트 프랜드 비앙카 레인

by 곽동배

1

내 이름은 비앙카 레인이다. 나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다. 미글린 블루 잭이라고 나는 그 친구를 재키라고 불렀다. 그 친구는 투렛이 있고 루카스 주니어라는 졸업반이자 농구부인 남자 애를 좋아해서 루카스 주니어로 자신만의 팬 픽션을 쓰기 시작해다. 물론 타이핑은 나 비앙카 레인이 했고.

나는 그런 재키가 혼자 인기를 독차지하니 질투가 났다. 소외감을 느낄 때마다 재키는 내게 와줬지만 나는 그저 인기 있는 사람 옆에 붙어 있는 떨거지일 뿐. 재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재키의 새로운 친구라는 재수 없는 치어리더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

사실이긴 하지만 재키와 나의 비밀이었던 루카스 주니어의 팬 픽션을 학교 게시판에 쓰고 난 후 나는 곧바로 후회해 버렸다. 아무렇게 설정해 버린 비밀번호를 찾지 못해 게시글을 지우지 못했다. 머리를 헝클어트린 나는 재키를 어떻게 볼까 재키에게 어떻게 사과를 해야 될까 고민만으로 날밤을 지새웠다.

재키를 보자 몸이 돌처럼 굳어지고 입에 테이프를 붙인 듯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재키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비아냥거리며 놀려 대기 바쁜 학생들 때문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재키가 내 얼굴에 주먹을 꽂으면서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얼굴을 맞을 때 코에 맞았는지 내가 아끼는 옷이 코피로 적셔버렸다. 그리고 내 머리를 쥐어 잡는데 두피까지 뜯기는 줄 알았다. 그 일로 나와 미글린 잭은 3일 정학을 당했다.

정학을 당한 후 학교로 돌아온 미글린 잭은 신고식이라도 하는 듯 물벼락을 맞았다. 그 일로 투렛이 심해져 버렸다.

미글린 잭이 학교를 떠나버린 후 이상함을 느꼈다. 케인 지거스는 늘 미글린 잭 캐비닛 앞에 서다가 한숨을 쉬고 교실로 돌아가고 캔디스 콜먼은 뒤늦게 죄책감이 생기기라도 한 듯 미글린 잭의 책상을 한 번 손으로 쓸고 갔다.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사람처럼. 케인 지거스는 문만 열면 미글린 잭이 보일 텐데 왜 저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네 방문을 열고 미글린 잭의 이름을 부르면 미글린 잭이 문을 열고 왜 부르냐고 물을 거잖아!

사실 미글린 잭은 비밀스러운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알려줄 수 없는 비밀 여행. 다이아몬드로 만든 광산에 말하는 원숭이와 치타가 살고 있는 정글. 그래서 비밀스러운 여행을 떠난 걸 모르는 이웃 케인 지거스가 아쉬워하는 거겠지. 심지어 미글린 잭은 비밀스러운 여행의 목적지를 조니 아줌마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만약 목적지를 안다면 케인 지거스에게 말했겠지. 케인 지거스에게 미글린 잭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면서 같이 따라갔을 거야. 그렇다면 케인 코스트너와 미글린 휴스턴인가……. 허,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광산도 없고 말하는 원숭이와 치타도 없다. 그리고 비밀스러운 여행 따위는 겁 많은 미글린 잭이 혼자 떠날 리가 없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도착한 곳은 미글린 잭의 집 앞이었다. 도대체 내가 여기는 왜 온 거지. 바보 같은 본능이었다. 몸은 늘 미글린 잭의 집으로 따랐다.

미글린 잭의 집은 빈집이라도 되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글린 잭은 도대체 어디에 간 거지? 상담하는 날도 아닌데. 미글린 잭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집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때 자동차 소리가 들렸고, 나는 마당 뒤에 숨어버렸다.

“……”

케인 지거스였다.

마당에서 나온 나는 케인 지거스를 마주쳤다. 케인 지거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냥 미글린 잭이 궁금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게 목구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케인 지거스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미글린 잭의 마당에서 벗어났다.

케인 지거스는 여전히 뒤를 돌아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시선이 싫어 발에 속도를 붙였다.

“미글린 잭 지금 집에 없어.”

케인 지거스의 말에 뒤를 돈 후, 다시 발에 속도를 붙여 케인 지거스에게 다가갔다.

“왜? 정말 비밀스러운 여행을 떠난 거야?”

비밀스런 여행? 내 물음에 케인 지거스는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미글린 잭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원래라면 나만 알아야 될 행방을 케인 지거스가 알고 있으니까 미글린 잭을 빼앗긴 기분이 들어 분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로 했거든. 미안, 약속이라.”

미글린 잭에게 나는 ‘아무’였다. 이제 나는 미글린 잭에게 케인 지거스 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 궁금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둘만의 약속이니까. 나와 미글린 잭도 둘만의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을 먼저 깨버린 건 나, 비앙카 레인이니까.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미글린 잭의 집을 벗어났다. 케인 지거스에게는 내가 미글린 잭의 집 앞에 와서 미글린 잭을 기다렸다는 것을 미글린 잭에게 비밀로 하자고 했다. 이것도 케인 지거스가 지켜야 될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2

일주일이 지난 후 학교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사고뭉치 녀석들은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사고 치기 바빴고 바보 같은 치어리더는 여왕벌 싸움을 하기 바빴다. 그리고 농구부는 훈련 때문에 바빴다. 심지어는 나까지도 바빴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거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특별 활동을 하거나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지만 이미 신문부를 하고 있다) sat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바빠졌다.

“비앙카. 네가 미글린 잭과 가장 친하잖아. 왜 학교에 안 나오는 건지 알고 있니?”

제이미 콜린스는 미글린 잭을 괴롭힌 걸 사과하고 싶어 했다. 미글린 잭이라면 제이미 콜린스의 납작한 뒤통수에 뾰족해서 바늘로 써도 될 만한 연필을 던진 후에 그 사과를 받아줄걸? 미글린 잭은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 큰 복수를 하는 편이거든.

“난 미글린 잭의 연락처가 없어. 미글린 잭의 인스타그램은 문을 닫았고. 네가 대신 물어봐 줄 수 있을까?”

오늘 처음 보는 이름 없는 블루 작가의 팬이 내게 다가와서 팬 픽션에 대해 물었다. 미글린 어디 있는 거고 도대체 언제 새로 연재를 시작할 수 있냐고. 이 여자애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캔디스 콜먼까지 내게 미글린 잭의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나는 내게 미글린 잭의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모른다는 말만 했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진짜 모르니까. 이제 우리는 서로 아는 비밀 따위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우리에게 새로운 비밀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스쿨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나를 누군가가 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나랑 같이 역사 수업을 듣는 여자애다. 이름이 뭐였지? 아! 썸머 에반스!

“저기…… 그러니까……”

썸머 에반스는 머뭇거렸다.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닌 친하지도 대화해 본 적도 없는 내게 말을 거는 게 두려운 듯 보였다. 나를 잡은 이유가 뻔히 보이는 썸머 에반스에게 미글린 잭과는 이제 친구가 아니라고 말했다. 썸머 에반스는 크게 실망한 표정으로 내게서 멀어졌다. 어느새 세인트 레거시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마음속에 미글린 잭의 팬 픽션이 자리 잡혀버렸다.

나는 내게 다가오는 이들에게 나 말고 케인 지거스에게 가면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들만의 비밀을 침범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미글린 잭의 영역이 있듯이 케인 지거스와 미글린 잭 사이에도 영역이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리 과거의 베스트프렌드 사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침범하지 않는 게 예의다.


미글린 잭이 증발하듯 사라진 지 열흘이 흘렀다.

학교에는 팬 픽션에 굶주려하는 하이에나들이 생겨났다. 나무만 없을 뿐 학교는 정글이 되어버렸다. 밀러 선생님과 해밀턴 교장은 밀렵꾼이고 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팬 픽션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은 팬 픽션에 굶주린 하이에나. 그중 당연히 캔디스 콜먼과 제이미 콜린스도 있다. 내 살과 피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하이에나들이 내게 달려들었고, 칼과 총도 없이 하이에나 무리를 뚫고 교실로 도착했다.

모든 시선에는 내가 도착해 있었다.

“비앙카, 너 팬 픽션 쓸 수 있잖아. 미글린 잭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테고. 네가 대신 팬 픽션을 쓰면 안 돼?”

“나는 그저 미글린 잭이 말하면 그대로 타이핑해 주는 거밖에 없어. 그래서 나는 그 팬 픽션의 내용을 알지 못해.”

팬 픽션에 굶주린 하이에나에게 절망적인 대답을 했다.

절망한 하이에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하이에나들이 내게 다가올 때 총을 든 밀렵꾼이 교실에 들어왔고, 총으로 인해 하이에나들이 겁을 먹어버렸다.

내게 미글린 잭의 안부를 묻던 캔디스 콜먼은 내가 아닌 케인 지거스에게 집주소를 물어보았다.

케인 지거스는 캔디스 콜먼에게 미글린 잭의 집주소를 알려주었다. 슈퍼 히어로처럼 청력이 뛰어나서 둘의 얘기를 들은 건 아니다. 미글린 잭의 집을 지나치던 도중 집 앞에 서있는 캔디스 콜먼을 보았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캔디스 콜먼을 오늘 미글린 잭의 집 앞에서 본 거라면 말 다한 거 아닌가? 분명 케인 지거스가 캔디스 콜먼에게 미글린 잭의 집 주소를 알려줬을 것이다. 이제 미글린 잭을 기다리는 건 내가 아닌 캔디스 콜먼의 몫이 되었다. 그래 좋아. 이제 캔디스 콜먼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아, 그리고 미글린 잭!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사실 루카스 주니어도 내게 네가 어디 있는지 묻더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 당장 내게 와서 다음 이야기를 물어. 나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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