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전문가”

염세주의자의 세상 읽기

by 박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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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특정 분야에 관해 능통한, 높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른 인물입니다만 강형욱 씨는 "개통령"이라 불리는 반려견 전문가이고, 오은영 박사는 사람 육아 관련 전문가입니다. 우리 집 근방에 있는 타일 가게 사장님은 타일 전문가이고, 내일 우리 집에 방문하여 화장실 비데 수리를 해주실 기사님은 비데 전문가입니다. 가수 혜은이님은 노래와 음악의 전문가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를 꿈꾸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전문가"는 일상의 영역, 학문의 영역, 정치의 영역 등에서 당사자 스스로 뛰어난 포지션에 있으면서 동시에 타인을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누구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애쓸 수 있고, "전문가"가 된 이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타인과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가 아닌 우리는 그 "전문가"에게 작고 큰 도움을 청하거나 그들의 도움을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도움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지만요. 대체로 "전문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세상만사, 하염없이 좋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기 마련입니다. "전문가"가 내포한 역기능에 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의사라는 "전문가"에 관한 생각입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의사를 찾습니다. 없는 돈, 시간, 에너지를 들여 순서를 기다라고 기다려봐야 기껏 몇 분이지만 의사를 만나기는 합니다. 그들은 "전문가"이니 무지한 우리는 그들의 말을 의심 없이 믿고 몸을 맡깁니다. 의사가 간단한 설명도 없이 처방해 준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우리는 잘 챙깁니다. 그들은 여기가 심각하게 아프면 여기를 도려내라고 하고, 저기가 아프면 저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약이나 수술 이상의 처방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온몸을 잘게 쪼개어 놓습니다. 허리 디스크에 이상이 생기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사들은 적극적인 운동 처방 대신 주사 처치를 하라하고 먹는 약을 처방합니다. 약을 먹고 나니 위가 쓰립니다. 내과에 가야 합니다. 내과 의사는 허리 디스크로 인해 처방받은 약을 먹지 말라고는 안 합니다. 사실 우리가 그런 약을 먹고 있는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들은 위염 치료제를 처방합니다.


그들은 “척추의 신”이라 불리고 있는 허리 디스크 전문가 정선근 교수가 하듯 “병원 치료 이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자세를 고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 문제는 스스로 낫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현미 예찬론자인 황성수 박사가 하듯 “고혈압, 당뇨병 등 수많은 질병으로 평생 약을 복용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식생활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병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든 장기가 그러하듯 위 역시 스스로 치료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면서 양배추나 브로콜리를 꾸준하게 섭취하면 그 신비한 능력이 배가 될 것이라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리뼈가 부러져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의사를 찾아 사진을 찍고, 부러진 다리뼈를 이어 놓을 수 있습니다. 대장에 심각한 염증이 생겨 참을 수 없이 아픈 통증을 느낀다면 응급실 의사를 통해 강력한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받아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의사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갖는 순기능입니다. 전문가들은 급한 불을 꺼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인 치유법에 큰 고민, 경험, 지식, 의지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그것들을 알고자 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데에는 이유와 시간이 필요한데, 그들에겐 그럴 이유와 시간이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어디엔가 문제가 생기면 당장 급한 불은 끄는 게 좋아요. 하지만 그 문제가 생긴 근본적인 이유를 제거하거나 개선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부식이 절정에 다다른 수도관을 놔둔 채 필터만 갈아 끼워봐야 효과는 그때뿐입니다. 만성적인 우울증의 경우, 원인을 제거하거나 개선하지 않은 채 항우울제를 몸에 들이부으면 일시적으로 사람이 둔감해지면서 우울감을 덜 느끼거나 못 느끼게 되지만 약을 끊으면 우울증은 재발합니다. 대장에 잦은 염증이 생기면 대장 일부를 자르라고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어 우리 몸속 대장 환경을 건강한 상태로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감기 낫는 데 약 먹으면 일주일, 약 안 먹으면 7일 걸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웃을 일만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아프고, 가래가 생기고, 기침을 하면 병원에 갑니다. 의사들은 해열제, 진통제, 거담제, 소염제를 처방하고, 심지어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일반적인 처치들입니다. 그런데 약을 안 먹어도 7일이면 감기가 낫는다는 거 아닙니까. 즉, 외부의 나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말썽을 일으키면(염증) 우리 몸 안에 있는 좋은 애들이 나쁜 애들과 싸워(발열) 이겨(가래) 몸 밖으로 내쫓아 버리는(기침)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통상적으로 7일이란 얘기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왜 몸에 좋지도 않을 약을 무려 일주일이나 먹어야 하는 거죠? 왜 일반적인 감기에 매번 그런 처치를 하느냐는 겁니다. 왜 “전문가”라는 분들이 “몸이 스스로 이겨낼 겁니다. 시간을 주시죠. 당장 해야 할, 중요한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약을 처방해 드릴 수는 있어요”라고 말하지 않는 건가요.


우리는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처방, 즉각적인 처방이 오히려 몸을 망쳐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의학계에서 지나치게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을 염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위 “공포 마케팅”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을 쩔쩔매게 하고, 돈을 쏟아붓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제안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몸과 건강에 관한 최종의 해법은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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