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주의자의 세상 읽기
저는 대체로 안녕하지 못합니다. 물론, 종종 안녕할 때도 있어요. 저는 이 세상과 이 세상살이가 싫습니다. 그리고 세계와 삶을 비관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염세주의자입니다.
제가 염세주의자가 된 것은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일까요? 오랜 시간 앓아 온 우울증 때문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어려움을 겪어 온 분들이 모두 우울증을 앓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분들이 모두 세상과 삶을 비관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모든 부정적인 경험들”이 자신을 “희망찬 내일”로 인도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요.
세상과 삶을 비관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게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별의별 노력을 다 기울여 보아도 안 되는 겁니다. 죽는 일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있는 그대로 온 마음을 내어 마주하고, 글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글을 통해서나마 저와는 다르지만 저와 비슷한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마음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괜찮고,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고, 쾌유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좋다고들 합니다. 당신은 괜찮지 않고, 해낼 수도 없을 것이며, 결국 죽게 될 것이며, 불행해질 거라고 말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부정적인 경험, 감상, 생각, 글, 말을 해대는 사람들을 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넘쳐 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썼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살이가 모두 그렇게 발랄하고, 해맑고, 건강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으니 말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하고, 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이렇게 지금, 여기 이토록 부정적인 사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 목소리도 좀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읽기에 우울한 글들만 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염세주의자인 저도 “종종” “안녕”할 때가 있거든요. 제가 종종 안녕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함께 담았습니다. 저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제 견해가 정답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100명이 살고 있는 마을 안에서 그 100명의 경험, 마음, 생각이 모두 다를 거예요. 저는 그저 그 100명 중 한 명의 사람으로서 저의 경험, 마음, 생각을 공유하고 싶을 뿐입니다.
짧은 글들의 모음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