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戀歌), 나에게는 특별했던 인연
비바람이 치던 바다 ~~♪
잔잔해져 오면 ~~ ♬
오늘 그대 오시려나 ~~ 저 바다 건너서 ~~♪♪
연가(戀歌)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대학생들이 MT를 갔을 때, 캠프파이어를 할 때 부르는 흥겨운 캠핑 송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흥겨움보다는 뭔지 모를 애잔한 감정이 느껴졌다.
…
또래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서야 접하는 연가를 내가 처음 들었던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그 이유는 이 노래를 불렀던 듀엣가수 부부가 50년 전 신혼살림을 우리 집에서 시작했기 때문인데, 우리 집으로 이사 온 이후로 아주머니는 가수로 활동하기보다는 주부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가끔 아주머니는 혼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어린 내 눈에 하늘색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녀린 하이 톤의 꾀꼬리 같았던 음색으로 부르는 노래는 애틋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둘째까지 출산한 후 부부가수는 집을 마련해 나갔고, 내가 다시 연가를 듣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되어 동아리 여름 MT의 캠프파이어 장소에서였는데, 어린 시절에 아주머니가 불렀을 때와 사뭇 달라서 이질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
원래 뉴질랜드의 원주민이었던 마오리족의 민요였다는 연가(戀歌)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노래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나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이 6.25라는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나라까지 왔던 군인이 불렀다는 점에서 그리움을 떨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연가와 같은 노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그다지 들을 일이 없는데, 이렇듯 숨은 사연이 감추어진 노래를 내가 다시 듣게 된 것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결심으로 전문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
불혹이 막 넘었을 때, 일에서도 사람에게서도 지쳐 있었다.
하지만 남은 인생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십수 년 동안 계속했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
한편으론 걱정을 하면서도 나의 선택에 격려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꿋꿋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었기에 불안감은 더 컸던 것 같다.
실패는 있었지만 삼수 끝에 입학이라는 원했던 목표를 이루었고, 어렵게 첫 학기를 마친 후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하와이 대학에서의 연수라는 선물 같은 기회를 제공했다.
연수가 끝날 무렵 운이 좋았는지, 태평양 각 섬의 원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곳에서 귀에 익은 멜로디를 들려왔는데 바로 연가였다.
고향이 아닌 낯선 이국땅에서 원주민들의 타악기 연주와 함께 들려오는 그날의 연가가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불안한 수험생활을 하던 당시의 상황에 교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요즘에 나는 매일 밤 연가를 부르고 있다.
예민해서인지 잠을 재우기 어려웠던 우리 아이를 재우는데 애잔한 연모의 정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어려서부터 늦게 잤던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TV드라마에 빠져 자는 시간이 더 늦어진 데다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책만 읽어주면 스르르 잠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아이들과는 달라서인지 숱한 자장가들을 부르는 일이 소용조차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공이 쌓이면서 어느 정도 방법을 찾았는데, 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연가의 멜로디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
아이가 침대에 누우면 한 손에는 부채를 들고 살살 붙이면서,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어주면 기분이 좋아진 아이의 표정이 풀리는데 그즈음부터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조용하게 연가를 불러주는 일이 내가 요즘에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일이다.
§✍➢✎➢✒➢
얼마 전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가요무대에서 70은 넘어 보이는 남녀가수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깨끗한 아이 톤의 음색을 가졌던 목소리는 여전했기에 그 노부부가수가 예전에 우리 집에 살던 젊은 부부였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나이 든 아저씨의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예전에 문간방 앞에서 하늘색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
그녀만 보면 ~~ ♬
.
.
반짝이는 별을 보고 둘이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