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1-1. 잊지 못할 순간은?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 중년의 상징인 40~50대에겐 1998년 외환위기와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내게도 20대의 추억인 2002년 월드컵도 소중한 역사적 순간이다.
그러나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2019년이라고 답 할 것이다.
2019년?
2019년 하면 우리는 '코로나'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 사고로 2019년에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바뀐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9년은 나만의 역사적 순간이다.
사고는 정말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
내가 왜? 3m 높이에서 떨어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느끼는 것이라고는 ’ 발이 허공에 있구나 ‘ 였다.
땅바닥에 그대로 엉덩이가 내려 꽂히면서 철퍼덕 앉았다.
바닥에 떨어진 이후 발끝부터 머리까지 고압전선을 맞은 듯 강력하고 묵직한, 전기 충격 같은 것이 내 몸을 흘렀다.
그게 다였다.
몸에 전기가 흐른 듯한 느낌.
정말 그게 다였다.
근육 덩어리의 다리, 다리 하나는 정말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나인데, 전기가 흐른듯한 충격이 지나간 후 전혀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정말로! 그게 다였다.
'그 한순간이' 다였고, '그 짧은 순간'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 전체는 두꺼운 진흙을 바른 것처럼 무겁고 단단한 껍질에 갇힌 것 같았다.
뼈가 부러졌는지 허리에서 오는 통증 또한 강렬했다.
허리 통증이 너무 아파 발버둥 치려고 했지만, 뜻대로 발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보며, 정말로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