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긴급 프로젝트를 앞두고 조직 전체에 성과를 향한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던 날,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리더는 고압적인 자세로 회의를 이끌었고, 구성원들은 눈치를 보며 입을 닫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엄격한 질서가 잡힌 듯 보였지만,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동의하거나 주도적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고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조직에 '군기'만 있고 '사기'는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의 가늠자가 되는 두 단어를 알아 보겠습니다.
군기(軍氣): 위에서 덮어씌우는 힘
軍(군)이라는 글자는 두 글자가 결합된 구조입니다.
위에서 아래를 덮는 덮개를 뜻하는 冖(멱)과, 전쟁에 쓰이는 전차를 형상화한 車(거)가 합쳐진 것입니다.
갑골문에서 軍은 전차를 중심으로 병사들이 사방을 에워싼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를 중심으로 병력 전체를 하나의 통제 아래 집결시킨 구조, 바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명령과 규율이 軍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군기(軍氣)란, 외부에서 부과된 통제와 규율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입니다. 흐트러짐 없는 질서, 명령에 대한 즉각적 복종 입니다.
분명히 필요한 힘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힘입니다.
사기(士氣)라는 단어에서 사(士)자는 '선비 사' 혹은 '군사 사'로 불립니다.
선비로 해석할 때는 하나(一)부터 열(十)까지를 깨닫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사물의 근본을 꿰뚫는 지식과 목적의식을 가진 존재를 말하죠.
동시에 갑골문에서는 땅에 굳건히 세워진 넓적한 도끼의 형상을 본떠 '군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士라는 글자 안에는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를 아는 명확한 동기의식과 어떠한 난관 앞에서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용맹함이 함께 녹아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기운 기(氣)가 결합된 것이 바로 사기입니다.
결국 사기는 단순히 기분이 들뜬 상태가 아니라, 명확한 동기가 내면을 가득 채워 기꺼이 자신을 헌신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군기(軍氣)는 위에서 덮어씌우는 힘입니다.
전차를 중심으로 병력을 통제하듯, 규율과 명령으로 조직을 하나로 묶는 에너지입니다.
반면 사기(士氣)는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힘입니다. 하나(一)부터 열(十)까지를 스스로 깨달은 사람(士)이, 내면의 동기를 가득 채우고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에너지입니다.
군기가 있는 조직은 움직입니다. 그러나 사기가 있는 조직은 달립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님과 상담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학습 동기가 스스로 발현되지 않으면 성적은 결코 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압적이고 두려운 분위기는 일시적인 복종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사람의 주도적인 동기를 지속적으로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프로젝트의 성공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동기에 달려 있습니다.
리더는 팀원들의 다양한 상황과 의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단순히 회식을 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이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게 해 주어야 사기가 생깁니다.
독서 모임 기반의 기업 '트레바리'는 경영의 핵심으로 "최선의 답을 얻기 위해 끝까지 대화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합니다.
막힘 없는 대화 문화가 형성될 때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가치 있음을 느끼고, 거기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폭발적인 사기가 솟아납니다.
모든 문제가 발생한 곳의 공통점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통이 막히면 조직은 사기를 잃고 죽은 분위기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내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할 수 있고, 상대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그곳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저는 사기(士氣)의 힘을 믿습니다.
회사의 존망도, 인생의 성공과 실패도 결국 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一)부터 열(十)까지를 스스로 깨달은 사람(士)이 내면 깊은 곳에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성경 학개 1장 14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여호와께서 스룹바벨의 마음과 여호수아의 마음과 남은 백성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그들이 와서 만군의 여호와 그들의 하나님의 성전 공사를 하였느니라"
학개 1장 14절
하나님도 명령으로 강제하지 않으셨습니다. 마음 안에서부터 동기를 일으키셨습니다.
그것이 무너진 성전을 다시 세우게 한 힘이었습니다.
예수님도 끝까지 대화 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깨닫고 동기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셨습니다.
저 역시 이제 제 조직과 함께, 그 사기가 살아날 때까지 끝까지 대화하는 노력을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