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이 바로 하나의 콘텐츠란 것을
서른 중반, 이제는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으면 아무도 그를 챙겨주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서른이 되면 다들 자리를 잡고, 자기 길을 찾겠지.’ 하지만 지금그는 그때의 생각이 얼마나 어린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허공을 바라봤다. 지나치게 반복된 일들, 지쳐가는 몸과 마음. 그는 신입일 때와 달리 이제는 열정이 사라졌다. 예전처럼 일을 할 때의 설렘이나 집중력은 이미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면 AI가 나보다 일을 더 잘할 거야 ‘ 그렇게 생각이 들 때마다, 기계에게 자리를 내어줄 날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책상 위의 서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엔 자신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중고 신입’이 된 자신을 보며, 그때의 다짐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점차 그가 한때 싫어했던, 비슷한 상황에 처한 중고 신입들이 이제는 자신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들처럼, 자신도 점점 그저 일상에 물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어떤 사무직도 이제 그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 같았다. 예전엔 '이 일만 잘하면'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그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회귀 본능’이 생겼다. '내가 만약 나에게 점수를 준다면, 백점 만점에 백점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며 잠시 멈춰 섰다.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일 줄은 몰랐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이 어려워졌다. 어쩌면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 너무나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결국 그 자신이 놓쳐버린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카페에 앉아 있던 그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웃고 떠드는 소녀들, 찰칵하며 SNS에 빠져 있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때때로 귀찮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말장난은 단순하고 가벼워 보였지만, 그 순간 주인공은 자신을 돌아보았다.
어쩌면 그들의 세계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이 그들과는 다른 깊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빠졌다. 그때, 그는 자신에게 깨달음을 얻었다. 그 자신이 바로 하나의 콘텐츠이며, 그 자체로 철학적 의미를 지닌 결과물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