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세상의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아.” 그렇게 속삭였다. 그 소리는 마치 사람들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창가엔 바래진 빛깔의 낙엽이 후드득 떨어지고, 뱃머리 위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인터넷에는 짧고 차가운 한 줄이 떠다녔다. ‘성산 앞바다 선박 전복 사고.’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러나 공기 속에는 묘한 무게감이 감돌았다. 오래된 노트 위에 앉은 먼지의 퀴퀴한 냄새와 함께, 그 평범함은 어딘가 기묘하게 비틀려 있었다.
어깨를 감싼 기자증의 끈을 매만지며 자리를 떴다. 신문사에 들어온 지 반년 남짓. 일상은 사건 현장을 좇는 날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원고 마감으로 가득했다.
동료들은 사건과 사고를 즐겼다. 그들은 그것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사고 현장은 소음과 혼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분노가 얽힌 무거운 공간이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신문사라는 이름 아래 모든 사건이 데이터로, 기사로, 클릭 수로 환산되었다. 그 모든 것은 곧 또 다른 헤드라인이 되어 흘러갔다.
성산 일출봉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오래된 노트를 펼쳤다. 첫 장에는 대학교 시절 저널리즘 강의에서 적었던 문장이 삐뚤빼뚤 쓰여 있었다. ‘기자는 세상의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손가락으로 그 문장을 가만히 더듬었다.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열정이 떠올랐다. 세상에 잊히지 않을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세상이 외면한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빨리 써야 해. 네 기사도 조회수가 필요하잖아.”
“진실? 하하, 사람들은 자극적인 걸 원해. 무조건 강렬하게 써.”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웃었지만, 마음속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굴러다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