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오늘만큼은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고 싶었다. 단순한 사고 보도가 아니라 이 땅과 바다, 그리고 사고를 잇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었다. 성산 일출봉 입구에 도착해 옷을단단히 여미고 한 발 한 발 돌계단을 올랐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시신을 인양해 확인한 결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며 그녀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고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말들, 관광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까지.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문득 그녀는 외딴섬으로 가고 싶어졌다.
“어제 오후 실종됐던 60대 선장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깊숙이 패인 분화구 앞에 섰다. 한때 이곳은 용암과 폭발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바람과비에 닳아 조용히 잠든 고요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메모장을 꺼내 사고와 관련된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었다. 사고의 흔적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나는, 지금 그것을 기록한다.’
펜을 멈추지 않았다. 깊고 오래된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이 땅이 겪어온 시간들을 떠올렸다. 수천 년 전, 이곳은 뜨거운 불길과 거친 소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요했다. 모든 혼란과 파괴의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이 흔적뿐이었다.
그녀는 펜을 들어 다시 썼다.
‘그러나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 바다와 이 땅이 간직한 흔적들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렇게 남아야 한다.’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건의 일부를 기사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세상의 목소리를 시간 속에 남기는 일이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마음속에 무언가 작지만 단단한 결심이 자리 잡았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발걸음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무엇을 써야하는지를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바람이 그녀를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