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적인 웃음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거울 속 내 얼굴이 어색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나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은 더욱 낯설었다. 생기 없는 눈과 억지로 지어낸 표정은 도리어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말하고 걷는 것조차 의무적으로 반복되는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 어디를 가든 시선은 나를 따라다녔고, 그 시선들은 하나같이 냉소적이었다. “그 정도 역할까지 하라고 한 적은 없잖아.”
누군가 던진 이 한 마디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 후로 나는 세상과 거리를 두기로 했다. 사람들 속에 섞여 들면서도 나를 드러내지 않았다. ‘아, 네. 정말 대단하시네요.’ 같은 상투적인 말로 손뼉을 쳐주며 나를 점점 더 움츠리게 만들었다. 어중이떠중이들과 같은 수준이 되길 자처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나는 나를 잃었다.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의미조차 잃어갔다. 그때 그가 나타났다. 습관처럼 켜둔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오래전 내가 ’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라고 부르던 이가 보였다. 그는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한때 나는 그를 조롱했었다.
“저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어?”
“욕심도 참 가상하다.”
“저 얼굴엔 돈 욕심이 가득해.”
하지만 화면 속 그는 여전히 한결같았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제가 욕만 먹으면서 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이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그저 제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멈춰 섰다. 나는 한 번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방어막을 쳤고, 그 방어막은 점점 나를 옥죄는 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