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순이 이야기

에필로그

by 설여사

글로 쓰면 치유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 가슴속에 응어리지어 꽁꽁 숨겨두었던 가난한데 사랑도 없는 나의 가족 이야기를 글로 쓰며 치유받고 위로받고 싶었다.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 고아가 되어 힘들게 산 아빠의 삶도 또 다른 K-장녀인 엄마도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 부모 밑에서 허덕이며 살아간 어린 용순이도 가여웠다.


글을 마무리할 때쯤 넷플렉스에서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봤다. 가난하고 어렵게 산 건 우리 부모의 이야기와 비슷하던데 드라마에서는 우리 부모에게서 볼 수 없는 사랑이 넘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폭풍 오열을 했다. 어쩜 저리 우리 부모의 이야기와 닮았던지. 우리 부모도 무지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며 살았으면 우리도 저렇게 아름답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없다고 사랑도 정도 자식에게 아끼고 살았던 우리 부모가 안쓰럽다. 가난하면 사랑이라도 정이라도 듬뿍 주고 키우지.


글을 쓰며 어린 시절의 용순이를 53살의 지윤이가 안아주고 다독여 주었다. 아직도 내 부모의 행동이 이해되진 않지만 내 마음속에 단단히 응어리졌던 것들이 조금씩 풀어진 느낌이다. 그동안은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동안 이젠 담담하게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그동안 용순이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이젠 소소한 일상에서 감사함을 채워가는 설여사 이야기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12화용순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