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 2-38-1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찌되었든 어찌 되었든 좋든 싫든 인간이라는 존재는 확신하기에는 너무나도 불확실하고 부정확하며 혼란스럽다.
그래도 어느 즈음까지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랑을 의심하고 갈구하는 이 귀찮은 생물은 그것을 외침과 동시에 모든 걸 부숴버리고 있다.
세상은 아름다움에 틀림없다. 그 아름다움을 만든 것도. 관리한 것도. 부순 것도 모두 인간이라는 것에 슬플 뿐이다. 심지어 그런 모습에서조차 인간은 아름답다.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존재는 하지만 다들 피하고 싶어 하는 것. 자신에 대해서는 더없이 주관적이고 싶어지고 타인에 대한 것이라면 더없이 객관적이고 싶어 하는 인간.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게 되면 판단력을 잃는다. 한 줄로 이어져있었던 것 같은 나의 이야기는 나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선에 부딪혀 십자가를 만들어내고 어느 쪽을 정해야 할지 고민할 때 이미 두 선은 끝을 달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이어져있지만 이어져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내게는 없다. 적어도 나에게만 없는 것일 수도 있는 거겠지.
결국 이 모든 게 합쳐지면 어지러울 뿐이다. 깔끔하고 간결하고 확실한 걸 원한다 이 세상은. 아니 대부분의 다수는 그럴 것이다. 나도 선호한다.
하지만 나의 손은 몸속의 누군가가 자기도 여기 있다고 소리치듯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