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유성 Jan 03. 2025

쉽고 간단한 계란찜

취사병의 노하우가 담긴 계란찜 레시피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처음 계란찜을 맡았을 때, 나는 그저 집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계란을 깨고 물을 섞어 찜통에 넣으면 끝나는 간단한 요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60인분이라는 양 앞에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평소엔 작은 냄비 하나로 해결되던 일이, 군대의 큰 찜통에선 완전히 다른 도전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난관은 계란을 푸는 일이었다. 작은 그릇에선 금세 부드럽게 섞이던 계란이, 대량으로 깨놓고 보니 흰자와 노른자가 뭉치고 섞이질 않았다. 거품기를 들고 팔이 아플 때까지 섞어야 했다. 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적당할지, 물과 계란의 비율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찜통에 계란물을 부어 조리를 시작하자, 이번엔 온도가 문제였다. 너무 뜨거우면 계란이 갈라지고, 너무 약하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중간중간 뚜껑을 열어 김을 빼고, 찜통 속 상황을 확인하며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리한 끝에 드디어 계란찜이 완성되었다.

숟가락을 넣자 부드럽게 퍼지는 계란찜은 보기만 해도 따뜻했다. 대파와 참기름을 얹어 마무리한 비주얼도 군대 음식치고는 꽤 근사했다. 동료들이 한 숟가락씩 떠먹으며 "와, 진짜 부드럽다!" "이거 집에서 먹던 맛이랑 똑같아!"라고 칭찬할 때, 나는 그동안의 노력이 보람으로 느껴졌다.

계란찜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정성과 섬세함이 담겨 있다. 마치 사람과의 관계처럼 적절한 온도와 시간, 그리고 끊임없는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서두르면 깨지고, 너무 느긋하면 맛을 잃는다. 계란찜을 만드는 동안 나는 요리뿐 아니라 관계의 기술도 배운 것 같았다.

---

간단한 계란찜 레시피 (4인분)

재료:

달걀 5개

물(또는 육수) 1컵

소금 1작은술

다진 대파 약간

참기름 약간

통깨 (선택)

1. 큰 볼에 달걀과 물을 넣고 소금을 더한 뒤 거품기로 고르게 섞는다.

2. 고운 체에 한 번 걸러 더 부드러운 질감을 만든다.

3. 뚝배기나 찜 용기에 달걀물을 붓고 약한 불에서 서서히 익힌다.

4. 중간중간 뚜껑을 열어 김을 빼고 표면이 익기 시작하면 다진 대파를 얹는다.

5.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


계란찜은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니라, 정성과 따뜻함을 나누는 일이다. 한 그릇의 부드러운 계란찜이 동료들에게 잠깐의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뿌듯하게 했다. 오늘 저녁, 냉장고 속 계란으로 당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계란찜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안에는 어떤 정성과 마음이 담길지 궁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