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았으면 사라질 것들을 기록한 덕분에 남았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집이 없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집을 사야 하는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우연히 지인의 권유로 임장도 하지 않고 지인만 믿고 토지 계약을 했다. 알고 보니 기획부동산이었다. 절친으로 지내던 지인한테 사기를 당하다 보니 돈 잃고 사람까지 잃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관심이 없는 것에는 대충 하는 습관이 함정이었다.
부동산으로 부자는 못되더라도 사기는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경매학원 초보반에 등록했다. 부동산 자체에 관심이 없던 나에게 경매 학원의 강의는 너무 동떨어졌다.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던 중, 만학도 과정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부동산경영과 진학을 했다. 기본 지식을 제대로 배웠다.
기초 지식 위에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멀리 했던 부동산이 이제는 직업이 됐다. 사람일은 참 알 수 없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집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집이 없어서 손님을 놓칠 경우, 집은 많이 나와 있는데 집을 찾는 손님이 없어서 임대인들의 독촉전화를 받아야 하는 경우 모든 게 척척 순리대로 되면 좋겠지만 생각대로 안된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울 점도 많고 교훈과 깨달음도 많이 얻는다.
웬만한 진상은 그러려니 수용하게 되는 경지에 다다랐다. 관심 밖이던 부동산을 보는 시선도 높아졌다. 부동산으로 사기당할 일은 없지 싶다. 인생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즈음에 부동산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연재글을 올렸다. 무모하리만큼 매일 올렸다. 어느덧 마지막 회 차다.
숨차게 달려왔다. 힘은 들었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으면 휘발될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뿌듯하다. 매일 꾸준히 1편의 글만 써도 1년이면 365개나 된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