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가치는 얼마일까?
시간은 아침부터 똑딱똑딱 흘러가고 있다. 12시 점심 약속과 손님 안내가 겹치면서 내 마음속엔 벌써 전쟁이 시작됐다. 손님 안내 약속이 먼저 되어 있어 점심 약속은 조금 늦을 거라 미리 양해를 구했다. 12시 안내하고 12시 10분에 출발하면 12시 30분에는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플랜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12시 10분 전 손님한테 전화를 했다. "안 그래도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급한 사정으로 2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이건 분명 사고다. 순간 내 머릿속은 하얘졌다. 호실은 공실이 아니었고, 현 임차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유명한 작가와의 첫 만남인 점심 약속은 1시간이나 늦어지는 무례를 범하게 생겼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시간 개념이 불러온 파장은 엄청났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일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
사람은 상대성이다. 손님 입장에서 전문성 없고 약속 개념 없는 부동산을 신뢰할 수 없듯, 부동산 역시 무책임한 손님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존중과 배려다. 기본만 지켜도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는 과연 그 기본을 잘 지키고 있을까. 내 마음속엔 수많은 질문이 폭죽처럼 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