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결정, 고생했어
작업치료사로서의 첫 사회생활은 희망과 아픔이 교차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치료실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눈빛 속에는 가능성과 아픔이 공존했다. 작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에도 기뻐하고, 한 문장을 말하는 순간에는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의 성장을 축하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30분간 집중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분노하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매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그렇게 1년, 또 다른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섬세한 감정의 지도를 그렸지만, 자신을 위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엄마, 12월 말에 퇴사하기로 했어."
이 한마디에 담긴 무게는 작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고 있다.
"드디어 결정을 했구나.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12월 말, 퇴사를 앞두고 신바람이 났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예전에 보지 못한 모습이다. 이렇게 또 한 뼘 어른이 되어가는 막내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작업치료사라는 첫 직장을 떠나 임상심리 공부를 하기 위한 모든 계획이 짜여 있단다.
"딸아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던 선조들의 말과는 달리, 현대의 삶은 직선이 아닌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우회하거나 멈추는 순간들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퇴사 후 잠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향한 에너지를 충전하려 한다.
새로운 직업과 꿈을 향한 도전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가져온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한 막내 꽃 딸의 모습을 확인한다. 어디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