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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 레벨업

게임도 경험치가 쌓여야 레벨업이 된다.

by 서강

6·25 전쟁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오래된 영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박완서 작가님의 담담한 목소리, 그 담담함 속에 담긴 비극의 무게를 잊을 수 없다. 피부색도, 말씨도 같은 동족끼리 총을 겨누는 시대를 살아온 작가, 그의 이야기는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깊은 고통을 짐작하게 한다. 한민족이기에 더 쓰리고 더 아팠다. 어머니의 눈물이 땅을 적시니 하늘도 울었으리라,




욕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다. 채워도 끝이 없다. 그 욕망이 불씨가 되어 분열과 증오를 키우고, 마침내 무서운 화염으로 번진다. 그 속에서 이성은 재가 되고, 분별력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욕망 앞에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어진다. 인간임을 상실한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독특하다. 하나 될 때는 큰 바위보다 단단하게 뭉치지만, 흩어질 때는 바람 앞에 겨처럼 불식간에 손쓸 틈도 없이 흩어져 버린다. 생각과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등을 돌린다. 나라 사랑이란 명분 아래 증오만 깊어간다. 화합보다 분열의 쉬운 길을 선택한다.




이 땅의 비극은 외부의 침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서로 다르다 여겼던 마음이 더 큰 문제였다. 남과 북의 전쟁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 따스한 햇살 내려앉는다. 나라 사랑. 무엇일까. 다름 인정하면 하나 될 수 있을까? 커피 향기 퍼질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질이며 온기를 전한다. 이렇게 고요한 아침이, 평화로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은 이 평화, 이 고요함이다.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박완서 작가님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질 않는다. 겪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리움과 슬픔을 넘어선 깨달음의 속삭임. 화합은 거창하지 않다. 따뜻한 눈길 하나, 부드러운 말씨 한마디로 피어나는 꽃송이다. 지나간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며 다가올 화합을 꿈꾼다. 이 땅에 새로운 봄이 올 때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아침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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