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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가져 본다.

매번 왜 이러세요.

by 김부부

“나는 정말 싫어.”


진료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진료예약만 진행된 거인데도 구름을 걷는 거처럼 기분이 좋았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길을 다시 찾아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정자를 찾은 것도 아닌데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 그동안 먹구름이 껴 있었던 부부 대화에서도 웃음소리가 나고 집안 분위기도 좋아졌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는 말들도 주고받았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도 다녀오고 부부 둘이 상처를 회복하며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저번 병원수술 이후로 난 의도적으로 시어머니의 전화를 피하기 시작했다.


남편 또한 내가 이번일로 적지 않게 본인 부모님에게 실망한 거를 느끼고 시댁애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잘 있었니? 넌 왜 전화도 안 하니?”


시어머니 전화를 더 이상을 피할 수 없어 받았지만....


역시나 첫마디부터 핀잔으로 시작하셨다.


“요새. 일도 새로 시작하고 이래저래 바빴어요.”


”이번에 김치냉장고를 새로 샀는데 안에 빈통이 많이 들어서 왔네. 너네 어머니 농장에 갔다 드려라. “


“필요 없어요. 저희 엄마네도 통 많아요.”


“와서 가지고 가서 가져다 드려.”


필요 없는 김치통을 굳이 가져가라는며 시어머니는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필요 없다고 전화를 끊었음에도 나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전화가 여러 번 계속 왔고, 남편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하셨다.


전에 같았음 그냥 버리더라도 ‘알겠습니다.’ 하고 들고 왔겠지만, 이번 기싸움에서는 지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러시는 거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


화기애애하던 부부사이에 시어머니는 꼭 이런 식으로 찬물을 끼얹으셨다.


”내가 싫다고 거절했잖아. 우리 집을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야? 김치냉장고를 사드리는 거도 아니고 시댁 김치냉장고 통 가져다 드리라는 거는 어디서 나오는 발상이셔? “


“우리 엄마 알자나. 악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진료를 앞두고 부부사이는 다시 냉랭해져 갔다.


기다리던 진료날이 다가왔고 우리는 다시는 가기 싫었던 이전 병원에 가서 수술에 관한 서류를 받아 충무로로 갔다.


결혼 전 직장이 남산 쪽이어서 충무로, 명동 쪽을 무수히 많이 돌아다녔는데 충무로에 종합병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골목길을 걷다 보니 골목 끝에 많이 크지도 많이 작지도 않은 병원이 나타났다.


이전 병원과 달리 로비부터 신생아를 안고 진료를 보러 왔거나, 출산 후 퇴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우리 부부는 목적지인 비뇨기과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대기를 하였다. 서로 긴장하지 않은 척하고 대화를 나누며 앉아 있어지만 나는이전 수술 서류 봉투를 가슴 안에 꼭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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