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 인성교육
나는 종종 교도소를 찾습니다. 인근 교도소에 복역 중인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교도소 내부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사회복귀과 교도관의 의뢰로 시작했고 올해 3년차입니다. 교도소가 일반인이 드나들 수 없는 폐쇄적 시설이다 보니 외부강사를 공개적으로 모집하지 않는데다 교도소라는 시설자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기피하는 경우도 있어서 검증된 강사 채용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차에 나의 배우자를 통해 내가 다양한 기관에서 강사로 활동중인 것을 알게된 담당자는 내게 강의를 의뢰했고 그렇게 교도소를 드나들게 된 것입니다.
사회복귀과에서 수형자 20명을 1기수로 짜서 1년에 6기수를 교육하기에 나는 1년에 120명 정도의 수형자를 만납니다. 사회복귀를 위해 꼭 필요한 인성교육이므로 여러 방면의 강사들이 교육을 진행하지요. 나는 그중 4시간을 맡아서 주로 그림책을 활용하여 진행합니다. 2시간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행복에 대한 가치를 무엇에 둘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2시간은 나와 가족, 그리고 나와 이웃과의 관계를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지요.
일방적인 교육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교육은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대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교육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소통함으로써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수업할 때와 비슷합니다. 책 표지를 보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상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죠. 읽으면서 다음 장면은 무엇이 될지 추리해 보고 책에서 나오는 '어떤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눔으로써 착석만 하는 참석자가 아닌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수형자가 질문에 대한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물건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말이 불변의 진리라면 이런 과정은 아무 의미가 없을 터입니다. 나는 그것이 모두가 믿는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내 강의에 진심을 담을 수 있고 울리는 꽹과리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강사로서 누구를 만나든 내 앞에 있는 참여자의 현재의 태도로만 그 사람을 보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외모가 준수한지 그렇지 않은지, 집이 부유한지 가난한지, 친구가 많은지 적은지, 운동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지금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고 느끼는지가 그 아이들을 판단하는 유일한 조건이지요. 수형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어떤 죄로 교도소에 들어왔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공간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는지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강사인 내가 수형자의 과거 이력에 대해 전혀 알 수도 없고 누적된 관계가 없으므로 그 사람을 완전히 새롭게 보는 것이 가능한 이점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강의실에서 만나는 수형자들은 우리 이웃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인사하는 이웃들처럼 그들의 얼굴에도 선한 미소가 있습니다. 간혹 영혼 없는 무표정도 있습니다만 그런 얼굴은 길에서도 간혹 마주칠 수 있지요.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같은 범죄자의 얼굴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아직 그런 괴물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주로 말로 표현하지만 매시간마다 1장의 포스트잇에 글이나 그림으로 기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들의 짧은 기록을 나눕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있고 아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인 것이지요. 그들이 사회로 복귀했을 때, 그들이 바라던 자식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기를 바랍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여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삶에 빛을 더 가까이 두어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와 당신도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