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을 비축하자
수영을 다시 시작한 지 4주 차에 접어들면서 기초체력의 중요성을 확실히 느낀다. 기초체력이란 기본적인 운동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필요한 체력을 말한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운동능력일 뿐 뛰어난 운동신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본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다만 소싯적 요가를 조금 했고 걷는 건 잘했기 때문에 한 번씩 몇 시간 오르내리는 산행 정도는 할 수 있었기에 내 기초체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도분만으로 쌍둥이를 낳고 나서부터 내 체력은 급속히 무너졌다. 육아노동 외에는 몸을 쓰는 법이 없었으므로 어깨, 팔목, 허리, 골반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분만을 하고 두어 달은 다리에 기력이 없고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것도 힘들었다. 아기띠를 하며 아이를 안으면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몸조리하면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다 보니 근육이 약해진 것이었다. 애가 크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그 시기를 버텼지만 2년 반 후, 셋째를 낳고 나서는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후일 발암물질이 발견된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했는데 누워서 자려고 하면 기침을 해대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는 지경이라 흔들의자에 앉아 몸을 최대한 젖힌 상태에서 잠을 청한 날들이 많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봐도 폐는 깨끗하다고 하고 원인 모를 기침은 가습기를 치우고 나서야 차차 사라졌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도 이른 새벽이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잠이 깼다. 아침에 몸을 움직이면 괜찮아지는데 꼭 새벽이면 그렇게 아팠다. 한의원에 갔더니 허리에 근육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살도 없고 근육도 없고 뼈만 남았다... 기초체력이 무너진 총체적 난국, 한 마디로 저질체력.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다. 나의 체력은 코로나시기를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탔다. 19년 겨울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아이들은 한동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나 역시 주로 학교 특색교육과정이나 방과후 강사로 일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러나 한창 뛰어놀 초등학생 넷을 집에만 데리고 있기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을 가까이서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야외활동을 체계적으로 시작했다. 집 근처 공원이나 천변에서 인라인, 자전거, 씽씽카 등을 타러 다녔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집 근처 산이나 들판을 다니기 시작했다. 때마침, 봄나물이 지천이라 야생 고사리나 머위, 쑥 같은 나물 들을 같이 채취하기도 했다. 그렇게 야외활동은 자연스레 신체활동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루틴이 되어갔다. 팬데믹이 끝나고, 아이들은 더 이상 산에 같이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나와 남편은 정기적으로 산행을 했고 매주 저녁 식사 후 3~4회 1시간 이상 빠른 걷기를 하며 기초체력을 만들어갔다. 신기하게도 신체활동을 하면 할수록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진다. 어쩌면 기초체력이 채워질수록 운동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작년 12월~2월 3개월간 4인 필라테스를 등록하여 여러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자세를 교정받고 코어를 단련하는 운동을 했다. 코어근육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코어근육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함께 그에 맞는 자세와 동작을 훈련받는 운동은 처음 해보았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밤, 눈이 정강이까지 쌓여도 긴 부츠를 신고 센터까지 20분을 걸어가서 필라테스 1시간을 하고 다시 집까지 걸어오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덕분에 지난겨울은 단 하루도 아프지 않았다. 원래 겨울병이 있는 나는 해마다 겨울이면 하루이틀 몸살을 앓곤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올 9월부터는 러닝도 시작했다. 주 3회 남편과 빠른 걷기 30분 후, 이어서 30분 러닝을 하는 방식이었다. 땀이 온몸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기분이 참 좋았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운동을 했던 적이 없었다. 매주 나의 운동 루틴은 다음과 같다.
-월, 수, 금 : 수영강습 1시간+연습 1시간
-화. 토 : 자유수영 1~2시간(상황에 맞게)
-목, 토 : 빠른 걷기&러닝 1시간
-일요일 : 집 근처 등산로 산행 2시간
-매일 밤 : 코어 단련 동작과 스트레칭 10분
전에는 1주일에 4~5회 정도 운동을 했는데 수영을 시작으로 매일 운동하는 진정한 운동인이 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비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영을 하려면 기초체력이 있어야 한다. 기초체력은 지구력을 키운다. 2~30대에 도전했던 수영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기초체력이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4번의 도전기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40대의 끝자락인 지금이 가장 쉬운 이유는 기초체력이 어느 때보다 잘 채워져서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버티는 힘이 생겼다.
오늘도 수영장에서만 꼬박 2시간 수영을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자유형 팔꺽기를 배워서 자연스러워지도록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이제 자유형의 모든 동작을 배웠으므로 온몸의 구성요소들이 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합치되도록 연습, 또 연습을 했다. 또한 배영도 열심히 연습 중이다. 이제 배영을 하면서 팔을 저을 때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며 내 바로 옆에서 누군가 물을 첨벙거리며 지나가더라도 물을 먹지 않을 만큼 호흡 조절도 잘하게 되었다. 배영 물속 출발도 수십 번 연습해서 코로 물을 먹지 않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연습의 결과다. 무언가를 하나씩 하게 되면 항상 다음 단계가 있다. 하고 싶은 게 생긴다는 말이다. 이제 자유형이나 배형 물속 출발시에 돌핀킥을 하면서 추진력을 얻고 싶은 야심 찬 꿈이 생겼다. 돌핀킥은 평영 발차기와 연관이 있으니 평영 발차기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핀 턴도 배우고 싶다. 하지만 마음이 몸을 앞서 가지 않도록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
당신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수영을 배우면 좋을 거 같은데 스스로 진단하기에 저질체력이라면 먼저 기초체력을 확보하라. 걷기부터 시작해 보자. 숨이 살짝 찰 정도로 빠른 걷기를 하고 가볍게 30분을 뛸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을 만들어보라. 또한 필라테스나 요가, 스트레칭처럼 코어를 단련시키고 유연성을 길러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기를 바란다. 수영은 코어를 단련시키기도 하지만 코어를 사용하는 운동이라 코어의 힘이 필요하다. 기초체력을 미리 비축해 두면 손해 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