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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테라피스트MUN Nov 11. 2024

공간의 독점자: 자리를 맡아놓는 사람들

공공장소에서의 개인 이기주의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타인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저의 실제 내담자들과의 상담 사례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토대로, 이러한 불편한 사람들의 행동에 숨겨진 심리적 이유를 분석하고, 감정 관리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15공간의 독점자자리를 맡아놓는 사람들 (공공장소에서의 개인 이기주의)



Q님의 고민



저는 대학생이에요. 요즘 기말고사 기간이라 도서관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데요, 정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주 월요일이었나...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갔어요.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한참을 돌아다녀서 겨우 빈자리를 찾았는데, 가방이랑 책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거예요. 처음엔 '아, 화장실 갔나보다' 하고 기다렸죠.


근데 10분, 20분... 한 시간이 지나도 주인이 안 오는 거예요. 옆자리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그 자리 주인이 아침에 와서 물건 놓고 어디 갔대요. 그것도 한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매일 이런 식이래요.


솔직히 좀 열 받더라고요. 저같은 사람은 공부할 자리 없어서 헤매고 있는데, 빈 자리 차지하고 있는 가방이랑 책 보면 진짜 화가 나요. 


도대체 왜 이렇게 이기적인 걸까요?한번은 용기 내서 그 자리에 앉아봤어요. 근데 두 시간 뒤에 주인이 와서 왜 자기 자리에 앉아있냐고 따지더라고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찔리고 민망해서... 결국 자리 빼앗기고 나왔어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나요? 아니면 도서관에 건의를 해볼까요? 다른 학교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네요. 공공장소에서 이런 '자리 맡아두기'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행동의 심리학적 배경


공공장소에서 자리를 맡아두는 행동은 단순한 이기심이 아닌 복잡한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학적 개념들이 관여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자기중심적 성향(Egocentrism)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인지적 구속(Cognitive Entrapment)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사회적 규범보다, 자신이 자리 확보를 위해 먼저 한 행동을 계속 유지하려는 마음이 자리 잡으면서 자기 편의를 고집하게 됩니다.  


자리를 맡아놓는 사람들, 그들은 정말 이기적인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심리학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자기중심적 성향(Egocentrism)과 인지적 구속(Cognitive Entrapment)

사람들은 종종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불편함보다 자신이 이미 취한 행동(자리 확보)을 지속하려는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영역성(Territoriality)

Robert Ardrey의 "The Territorial Imperative" (1966)에서 설명한 개념으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지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Irwin Altman의 영역 구성단계 이론(1975)에 따르면, 도서관의 자리는 일시적이지만 개인에게 중요한 '이차적 영역'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자리도 일시적인 '자신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부재 중 소유권 주장(Absent Ownership Claims)

Irwin Altma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건을 통해 일시적으로 부재 중임에도 불구하고 공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이는 그의 저서 "The Environment and Social Behavior" (1975)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희소성의 원칙(Scarcity Principle)

Robert Cialdini의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1984)에서 설명된 개념으로, 자리가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자리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사회적 규범의 모호성(Ambiguity of Social Norms)

Harold Garfinkel의 민속방법론(Ethnomethodology) 연구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의 행동 규범은 때로 모호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과 지원성

개인의 영역성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들은 인간에게 심리적 불안감 또는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픈스페이스에서 영역성의 개념은 인간에게 지원성을 제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자리를 확보하려는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심리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자리를 맡아두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와 사회적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접근할 때는 이러한 복잡한 심리적 배경을 고려하여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감정 관리 솔루션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첫째, “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상황을 상대화해보세요. 둘째, 불편함을 느낄 경우 정중하게 안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해당 자리에 노트를 남겨 잠시 후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작은 불편을 경험할 때 이와 같은 긍정적 대처법을 찾는 것이 감정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리 공유' 문화 만들기: 친구들과 함께 '자리 공유' 캠페인을 시작해보세요. 잠시 자리를 비울 때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메모를 남기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해봅니다.


-창의적 대안 찾기: 도서관 대신 카페나 공원 등 새로운 공부 장소를 탐험해보세요. 환경 변화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피크 시간을 피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효율적인 시간 관리 방법을 익혀보세요.


-명상 기법 활용: 짜증나는 상황에서 5분간 명상을 해보세요.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감 능력 키우기: 자리를 맡아놓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적극적 문제 해결: 도서관 측에 예약 시스템 도입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해보세요.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긍정적 자기 암시: "이 상황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와 같은 긍정적인 문구를 반복해보세요.


-창의적 스트레스 해소법: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 창의적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보세요.




명화 소개



이 상황을 예술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호아킨 소로야의 '발렌시아 해변'(Beach of Valencia)은 공공장소에서의 공간 공유와 조화로운 공존에 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스페인을 대표하는 인상주의 화가인 소로야의 대표작 중 하나로, 스페인 발렌시아의 해변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소로야는 이 작품에서 밝고 화사한 색채를 사용하여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을 포착했습니다. 해변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며, 그들은 각자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점유하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며, 이는 관람자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이 그림은 현재 도서관에서 자리를 맡아두는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해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며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모습은, 도서관에서도 이와 같은 공간 공유의 문화가 필요함을 상기시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도서관에서도 서로 다른 목적과 상황의 이용자들을 존중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또한, 소로야의 작품은 명시적인 규칙 없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질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도서관에서도 강압적인 규제보다는 자발적인 배려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림 속 인물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도서관에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필요함을 상기시킵니다.


종합해보면, 소로야의 '발렌시아 해변'은 공공장소에서 이상적인 공간 활용과 인간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도서관에서 자리를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조화로운 공존의 모습을 도서관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공공 공간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새벽의 항구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으로,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배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도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마치 도서관의 자리들도 때로는 이와 유사하게 모호하고 불확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종종 빈 자리가 있어도 주인이 없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모네의 그림 속에서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로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인상, 해돋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안개 속에서 배들이 희미하게 드러나는 모습은, 때로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서도 우리는 타인과의 공간 공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모네의 작품은 우리가 복잡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운 공존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도서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자리 배려와 존중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 사회의 작은 거울입니다. 개인의 편의와 공동체의 이익 사이에서 우리는 때로 갈등하지만, 이를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우리를 더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어갑니다. 불편함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공의식의 핵심이 아닐까요?



그럼 다음 챕터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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